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몇번쯤은 어려운 고비를 맞게된다.

나로서는 87년과 89년이었다.

산업계에서는 노사분규가 마치 유행처럼 전국을 휩쓸고 있던 때였고
우리 LG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회사의 모든 기능은 마비되었고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불신의 골은
깊었다.

두차례 폭풍우가 지난뒤 서로에게 남는건 허탈감 뿐이었고 그때
왜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했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우선 무슨 문제든 자주 만나 격의없이 대화의
장을 열어 보자는데 동의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시간나는 대로 만나던
것이 점차 만남의 횟수가 늘수록 친목회라도 만들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기왕이면 내친김에 공동의 취미를 갖는 쪽이 좋겠다고 공감한것이
바로 낚시였다.

특히 바다낚시를 위해 회원전체가 한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면
배안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과 책임이 마치 회사일에서도 이해와
협력이 중요한 미덕이라는 고훈을 얻게 되었고 잡힌 고기를 방생할
때에는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하였다.

이렇게해서 90년5월 첫 출조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정기.부정기
모임이 어느덧 50회를 넘었으니 어지간히 만난 셈이 되었고 유명하다는
낚시터치고 우리 발길이 닿지 않은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모임의 명칭은 노와 경이 따로 없고 하나라는 뜻에서 "노경불이회"라
정했고 우리의 순수한 뜻이 회사에 알려져 "노경불이"라는 신조어가
탄생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이제는 LG전자의 노경화합을 표현하는
"노경불미" "노경불이화"등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 모임이 자리를 잡아온 동안 사실 가족들에게 미안한
점도 없던건 아니어서 얼마전부터는 "가사불이"를 실천하는 의미에서
가족들을 동반하여 가족만족을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이나 부인들에게는 밤낮 회사일에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시간이
있어도 피곤함에 지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못해 미안하던 터에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할수 있고,또한 노경인간에는
부부까지 알고 지내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모두들
환영하였다.

우리 노경불이회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여러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 분들에게 감사한다.

특히 제주도 성산포 바다낚시에서 인연을 맺은 향토시인 채바다씨는
금년도 LG전자의 임단협체결을 축하하는 축시 "찬란한 기쁨,그 전진을
위한 서시"를 보내줄 정도로 노경불이회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노경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일부에서는 오해가 있기도
하였으나 공사를 구분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유재섭노조위원장님,
출조계획과 장소등을 맡아주시는 성무용사무국장님,그리고 모임의 궂은
일을 마다않고 챙기는 김상웅과장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