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력수급 전선엔 이상없나"

한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 전력비상이 금년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아직은 기온이 그리 높지않아 전력수급엔 별 탈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전력예비율이 2.8%로 곤두박질치며 제한송전의 위기까지
몰렸던 "악몽"을 떠올리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 11일엔 최대전력수요가 2,694만8,000kW로 사상최대치를
일찌감치 경신, 전력당국을 긴장시키도 했다.

물론 통상산업부와 한전은 "금년 여름엔 문제 없을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상고온과 발전소 고장이 겹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최소 5%의 예비율을 유지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올 여름엔 충분한 전력공급 여력을 확보했다는게 통산부의 설명이다.

이상고온등 비상시에도 전국의 발전소를 풀가동, 최대 3,191만kW의 전력을
공급할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금년 여름 최대전력수요 전망치인 2,956만5,000kW에서 각종 수요관리를
통해 65만kW의 소비를 줄이는 계획도 짜놓았다.

이에따라 기온만 섭씨 31~32도(전국평균)를 유지하면 전력예비율은 9.6%에
달할 것이라는게 통산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력수급에 관한한 방심은 금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인 것도
사실이다.

여름철 전기소비는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등 어느정도는 "하늘의 뜻"에
달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작년처럼 폭염이 계속돼 전국의 냉방기기가 무절제하게 가동된다면
속수무책이란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올여름 에어컨보급이 예상치를 웃돌아 냉방전력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 여름이후 현재까지 에어컨 판매량은 56만대선.

당초 정부예상치 45만~50만대수준을 넘어섰다.

이에따라 신규 판매분을 포함한 전국의 에어컨공급은 올해 350만~360만대
정도로 추정된다.

이 물량이 동시에 가동될 경우 약300만kW의 전력이 일시에 소요된다.

또 대형건물등에 설치된 냉동기와 선풍기 냉장고등 모든 냉방기기를 포함
하면 이들의 전기수요는 521만(정상기온)~602만kW(이상고온)에 달할 것으로
통산부는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호황이 지속되면서 각업종의 전력소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또 여름철 내내 전국의 발전소가 거의 최대발전으로 완전가동되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소 정지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할수만은 없다.

발전설비의 풀가동에 따른 과부하 위험에 대한 우려다.

한전이 여름철 가동을 위해 사전에 예방점검을 철저히 했다지만 사고는
언제든지 불시에 찾아오는만큼 안심할 사안만은 아니다.

결국 올해도 전력비상의 위험은 곳곳에 잠복해 있는 셈이다.

통산부와 한전은 그래서 올해도 전기다소비업체에 통산부장관 명의로
절전을 당부하는 서한을 보냈고 일반국민들에 대한 절전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말부터는 한전 한국전력기술등 관계회사 전문가들로 특별점검반을
구성, 전국의 원전과 화력발전소에 대한 지속적인 예방정비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한 대책도 국민과 기업들의 "절전동참" 없이는 실효를
거둘수 없다는게 전력당국의 설명이다.

"전력수급 전선은 당국과 한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키는것"이란
인식이 긴요한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