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식량수급 장래에 비상경보음이 최근들어 빈번하게 울리고
있다.

지금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을 강타하고 있는 폭염과 기타 지역들의
이상기온으로 인한 곡물작황부진 예상에다 개도국들의 경제발전에
따른 수요증가로 공급이 수요에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미농무부의 최근 95.96 곡물연도(95.9~96.8)예상 곡물생산량은
중국 러시아 캐나다의 감산과 호주 등의 작황부진으로 소요량에
700만t이상 모자라는 5억4,300만t에 그칠 전망이다.

세계 곡물재고량도 지금 기록적인 저수준이기 때문에 수급차질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이런 예상이 상당한 근거가 있는 듯한 징후는 지금 여러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유럽연합(EU)이 밀 수출 중단을,중국이 인플레 억제를 내세워
쌀과 옥수수의 수출금지 조치를 단행했으며 중국의 경우는 거꾸로
300만~400만t의 옥수수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더욱 우려할 조짐은 시카고 곡물시장의 밀 옥수수등 주요 곡물가격이
최근 급등하고 있는 현실이다.

밀은 22년만에 최고 가격으로 치솟았는가 하면 앞으로 계속 오를
기세이고 옥수수도 최근 1년동안의 최고가를 경신해가고 있다.

워싱턴의 환경 연구기관인 월드워치는 작년 9월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열린 유엔 인구회의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는 서기 2030년
최대의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맬서스의 인구론과 같은 맥락이었다.

곡물생산은 연 1%밖에 증가하지 않는데 세계인구는 55억에서 89억으로
팽창하고,빈국들의 1인당 식량 소비량도 장차 꾸준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먼 장래의 얘기같지만 그런 식량난 사태가 어느 시기에 갑자기
오는건 아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진행되며 지금과 같은 이상기후나 기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올수 있다.

개도국의 경우 소득이 늘면 쌀과 소맥등 주곡물의 소비가 증가하다가
어느 시기에 가면 둔화되지만 육류소비 증가로 사료곡물 수요가
팽창하기 때문에 결국 총체적으로는 공급을 초과하는 곡물수요 증가를
유발하게 되는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거대인구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발전이 바로 그런 사태를 몰고올 중요한 잠재위험 요소이다.

또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최근의 세계곡물가격상승은 일과성이 아닐것
같다.

곡물가격 폭등과 수급불안은 만에 하나라도 현실로 닥친다면 우리에게
결코 범상한 일이 아니다.

곡물뿐 아니라 육류와 낙농제품등 모든 식품의 가격상승과 심각한
인플레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쌀 하나만 자급도가 100%에 가까울 뿐 밀과 옥수수는 각각
수요량의 99.7%와 98.6%를 수입하고 있다.

이 두가지만 곡물수요량의 60%에 가깝기 때문에 전체 곡물자급도는
34%도 채 안된다.

세계 시장의 가격동향과 물량흐름을 주의깊게 관찰함은 물론 비상시에
대처할 방도도 궁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