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반이 그 사람, 아주 못된 사람이구먼"

진종이 향련을 버리고 다른 상대를 구한 설반에 대해 부아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향련을 마음껏 사귀어도 되겠다 싶어 안도하는 마음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향련은 아직도 마음이 상해 있는지 눈물을 비치며 진종의 어깨에
자기 머리를 기대었다.

그때였다.

바로 뒤에서 에헴,하는 기침소리가 났다.

진종과 향련이 돌아보니 김영이었다.

"김영이, 여기 어쩐 일이야?"

진종이 약간 당황해 하며 물었다.

"내가 물어볼 말을 먼저 하고 있네. 너희들이야말로 이런 으슥한 곳에서
뭘 하는 거야? 호떡 부쳐먹냐?"

호떡을 부쳐먹는다는 말은 남색을 뜻하는 속어인 셈이었다.

"이게 말 다했어? 설반에게 엉덩이를 대준 녀석이"

진종이 주먹을 불끈 쥐고 대들 태세를 취했다.

"내가 설반에게 엉덩이를 대주는 거 네 눈으로 봤니? 난 너희 둘이
붙어먹는 거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현장에서 들킨 셈이지"

김영이 빙긋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짓궂게 물고 늘어졌다.

"뭘 보았다는 거야? 이 불한당 같은 놈"

진종이 달려가서 김영을 때려주려고 하였다.

그러자 김영이 잽싸게 달아나며 박수를 치면서 장난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여기 호떡 사시오. 착 달라붙은 호떡이오. 진종 호떡, 향련 호떡이
착 달라붙었소"

김영이 멀리 달아나버리자 향련이 난색을 띠며 진종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

"사실은 김영 저 녀석이 나를 계속 집적거리고 있거든. 설반이 나를
버린 것을 눈치채고는 더욱 징그럽게 굴어"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가서 나리에게 가서 일러바치자. 김영이 저놈을
혼내주도록"

그리하여 진종과 향련이 김영이 자기들을 놀린 사실을 가서에게 고해
바쳤으나 가서는 생각이 딴 데 있어 그들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였다.

가서는 원래 설반과 한패가 되어 학숙의 학생들을 위협하면서 설반으로
부터 돈을 얻어 쓰고 있었는데, 설반이 향련과 옥애에게 빠지면서 자기를
소홀히 대하는 것 같아 은근히 향련과 옥애를 시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 설반이 다른 상대를 얻은 줄은 알지만, 아직도 가서는 향련과
옥애에 대하여 전에 가졌던 감정을 가지고 있던 터라, 진종과 향련이
김영을 엉뚱하게 고자질을 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향련을 호되게
꾸짖었다.

진종은 가까운 일가친척이라 차마 그렇게 꾸짖지는 못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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