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있을 김영삼대통령주재 청와대 확대 경제장관회의에서는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에 따른 수습대책을 비롯한 경제현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이 회의에서는 특히 재정경제원이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의 국가경제운영
방안을 보고하는등 한국경제를 총체적으로 짚어보고 각부처별로 경제현안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을 보고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 둘이 아니다.

문제점이 많다고 해도 그것을 하루아침에 풀어갈 수도 없다.

그러나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후 이를 수습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재난극복에 애쓰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발생한 사고를 되돌려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과 삼풍백화점 관계자를 구속하고 불법.부실 공사에
사고원인을 돌리는 것만으로 사고가 마무리되는건 아니다.

희생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체계적으로 펼치지 못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젊은이들에게만 관심이 쏠렸을 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려는 체계적인 구조활동을 벌이지 못했다.

서울시 당국과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노출시켰고 더욱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을 벌이는 구조대원들을 돕는 노력도 미흡했다.

경제발전을 지속하는 나라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지 않은 나라는
없다.

진짜 문제는 똑 같은 내용의 사건 사고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풍사고는 성수대교붕괴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와 맥을 같이 하는
사고다.

불행한 예상이긴 하지만 그런 성질의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사건 사고를 철저하게 예방하고
또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대처하는 태세를 갖추는 일이다.

사람을 구속하고 서둘러 법을 만들고 유가족들에게 얼마를 보상하는 대책에
그칠 수는 없다.

확대 경제장관회의에서 한국경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한다고 하는데 우선
비현실적인 정부공사 단가부터 현실화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가격으로 공사를 하라는 정부는 부실공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올해 우리의 1인당 GNP(국민총생산)는 1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재경원은
전망하고 있다.

1인당 GNP가 많고 적음이 삶의 질을 가름하는 잣대일수 없다.

1만달러에 상응하는 내용을 담아야 하는 것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그러한 에너지를 사회전체를 위해 가장 생산적인
활동에 투입시킬수 있는 제도를 유지할수 있어야 한다.

1만달러 시대를 노래하지 말고 그 내용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1만달러 소득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있을수 없는 사고가 빈번하게 터지는
경우가 어디에 있는가.

이번 확대 경제장관회의가 국민소득 1만달러를 앞세우며 조건반사적이고
즉흥적인 대책만을 되뇌는 모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