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가 아닌가 한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공부라는 힘겨운 노동(?)을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펄펄 가슴이 뛰던 젊은 날,많게는 하루 10시간씩 해야하는 공부만큼
괴롭고 힘든 일이 어디 있겠는가? 고부를 정말 즐거워서 했던 몇몇 이상한
친구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도 있듯이 그 시절의 친구는 어려운
공부를 함께 한 만큼 이해의 폭도 넓고 마음도 잘 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최신정보를 새롭게 습득해야겠다
는 필요성을 가지고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했다.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룩한 분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같이 마음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나는 교육을 받으면서 좋은 친구를 만난 것이다.

바로 "이대로"회이다.

최고경영자 과정을 함께 이수했던 권우하 제일은행상무 이옥규 한일로건
대표 박정태 소프르밸리대표 심광택 대영산업대표 김호태랑 중산광전자회장
김용재 LG신용카드전문 홍성우 태일기업대표 김영남 (주)대우전문등의
인물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만든 작은 모임이다.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것과 같은 뜻인가 보다.

자신의 일도 하면서 배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출석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강의 내용을 따라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무사히 이수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
격려하며 도움을 주고받았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의 강의 내용에 대해 의견 나누기등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강의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갖게 된 술자리도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었다.

이런 저런 살아가는 얘기와 자기 분야의 경험들을 나누며 우리는 새로운
친구가 되어갔다.

그리고 교육을 마쳤을 때 우리는 그냥 헤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작은 모임
을 결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모임 이름을 조금 촌스럽고 우리 연배에는 좀 안 어울리지만
"이대로"회라고 정했다.

"이대로 우정을 변치 말고,이대로 늙지도 말고,이대로 영원히" 고등학생
시절 좋은 친구들이 모여 맹세하듯이 소중한 우리의 마음을 담아 정한 것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