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대개의 경우 혈연이나 지연 그리고 학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통하여 풍요롭게 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죽음앞에서 별 도움을 줄수없는 사이이고 보면 단지 근심해주는
것만으로 끝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자연을 벗삼아 산이나 바다에 가서 소일하는 것도 생업을
염두에 두어야하는 일상생활에서 쉬운일도 아니고 취미를 즐길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여하튼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적인 삶의 과정을 인정할수
없었고 이러한 삶이라면 가치가 없다는 판단에서 무의미에 시달리게
되었다.

작품에서 휴머니스트의 극치를 묘사한 작가 헤밍웨이가 자살로 스스로의
삶을 마감했던 것도 이해가 되는일이었다.

한마디로 심각하고 허무한 삶인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무의미에서 나를 건져 준것은 성경책이었다.

그 책을 통하여 나는 단지 흙으로 돌아갈 존재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오신 그곳,하나님 나라로 가는 존재임을 희미하게나마 알게되었다.

애벌레가 누에고치를 벗고 하늘을 날아가듯이 말이다.

이는 물질중심적인 가치관에서 생명중심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새로운
질서를 갖게하였고 분명한 삶의 원칙과 의미를 갖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래서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10여년전 몇몇이 예수가정모임이라
칭하며 한달에 한번씩 가정에서 모였다.

성경책을 읽고 소감을 발표하며 찬양과 기도를 하고 맛있는 식사로
서로의 삶을 나누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투른 몸짓이나마 이러한 삶의 방식을 피차 공감하면서
예수님의 공동체 일원으로서 즐거워하게 되는것이다.

마치 봄에 새싹이 돋아날때 새힘과 기운을 느끼듯이.

최근에 자주 보지못하지만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 근무하는
김태운박사부부,첨단의 전자공학을 공부한 숭실대 정문열교수부부,
중앙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김유환교수부부는 초기모임에 열정을
가졌고 몇년전에 서로의 삶을 나눈 예수가정모임이라는 책도 출간하였다.

요즘에는 같은 교회에서 만나는 신한은행 문성수집사,다윗과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며 다솔 인쇄출판을 경영하는 이원식사장,치과의사인 박성호
원장,그리고 찬양을 즐기는 사업가인 김지언집사,소설가이며 은행가인
표충식집사,그리고 각자 다양한 직업을 가진 같은 구역의 부부들이
한달에 한번씩 집을 순회하며 말씀과 식사의 즐거움을 나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