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5년전인 79년4월 아내의 인도로 장갑석 미카엘(삼영전자대표)님
을 대부님으로 모시고 당시 천주교 장위동성당 주임이신 염수정신부님(현
서울대교구사무처장)으로부터 천주교 세례성사를 받았다.

영세받던 날 처음으로 대부님께 인사드리는 순간 어디서 만났던
느낌이 들어 억지로 기억을 더듬어보니 1965년도 육군부관학교 ROTC
군사영어반 학생시절 당시 대부님은 그곳 부교장님이셨다.

세상은 참으로 좁고 인연은 묘한 것이었다.

영세이후 대부님은 나의 신앙생활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사회생활의
길잡이가 돼주셨다.

당시 대부님을 중심으로 같은 지역사회 동네 이웃인 일곱집의 부부가
천주교 대자대모 관계의 신앙적인 인연을 고리로 사회생활이나 신앙생활에
있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는 전화벨소리를 신호로 아침운동과 기도시간을
위해 인근 야산 공주능(현 드림랜드옆산)으로 모이게 됐다.

또한 연1회이상 지리산 설악산등 전국명산을 등정했으며 관악산 소요산
등 서울근교의 산은 거의 주말마다 오르면서 서로간의 친교와 신앙심을
두텁게 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여덟집 지역공동체의 절반이 떠나고 대부님을
포함해 네집만이 남게됐다.

따라서 필자를 포함한 이사가족은 매일 아침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나
한달에 한번(매월 둘째 토요일) 만남의 시간을 정했으니 이날은 우리
모두가 한달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돼버렸다.

우리 대자모임의 구성원으로는 육군대령출신답게 언제나 절도를
강조하면서도 매사에 자상한 장갑석(미카엘 대부님),우리 모임의 신앙
길잡이며 시어머니격인 김경란(바올라)대모님(전서울교구교도사목회장),
세상사는 지혜와 이재에 밝으신 맏형 유재완(농원대표)부부,산이라면
죽고 못사는 말수 적은 권오식(삼목건축대표)부부,불의를 보면 참지못하고
경리에 밝은 유남열(유미직물대표)부부,매사에 꼼꼼하고 부지런한 마당발
유창호(웅도무역전무)부부,우리 모임의 꾀꼬리 대표가수 지학용(용인섬유
대표)부부,재치있는 유모어로 분위기를 리드하는 김광윤(대운건설소장)
부부,그리고 대자대모님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아 항상 시샘의 대상인
필자부부등이 있다.

우리모임의 특징은 구성원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할때
서로 걱정을 나누고 도움이 되도록 서로가 노력하여 마침내 각자의
강한 개성과 성격의 차이를 허물어 혈육보다 더 친근한 공동체라는
점이다.

특히 대모대녀관계로 맺어진 부인들의 돈독한 신앙심의 연결고리는
우리 모임의 결속력과 응집력을 더한층 굳건히해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곤했다.

우리 모임에서는 매월 얼마 안되는 회비지만 정기적으로 모아 불우한
이웃을 돕기도하고 신학교에 장학금으로 보내기도해 사회봉사활동에
헌신하는 그늘속의 봉사자를 돕는 일에 작은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앞으로도 모임이 계속되는한 우리 모임의 사감선생님격인 김경란대모님
께서는 보람을 찾아 뜻있는 일에 관심과 성의를 재촉하는 일이 더욱
잦아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