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14일 발표한 멀티미디어산업 육성계획안은 21세기
정보화사회에 대비해 낙후된 국내 멀티미디어산업을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리기위한 청사진을 정부가 처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계획안의 골자는 정부.민간공동으로 오는 2010년까지 모두
5조3,411억원을 들여 멀티미디어산업발전및 이용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멀티미디어의 연구개발이나 판매부문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생산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최고의
멀티미디어생산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이 육성계획의 초점이라고
할수 있다.

정보통신부의 이 계획안은 앞으로 관련부처및 업계와의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오는 2015년까지 45조원이
투입될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및 국가사회정보화계획과 연계돼
종합적인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의욕적인 계획이 실효를 거두기위해서는 몇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선진국과 차별화하여 연구개발보다는 생산기지화에 초점을
둔다는 전략은 앞으로 협의과정에서 재고돼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 선진국의 정보통신업체들은 멀티미디어시장쟁탈전에서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개발의 효율성을 위해 기술및 자본합작을 통한
상호협력체제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애플 IBM 도시바등이 합작해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카레이더사를 세운 것이나 지난11일 IBM이 소프트웨어전문회사인
로터스 디벨로프먼트사를 인수한 것도 소프트웨어개발 없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중인 멀티미디어관련 기술개발은 주로 하드웨어
플랫폼이나 주변기기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국제경쟁력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소프트웨어개발은 그 분야가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멀티미디어산업발전을
위해 결코 등한히 할수 없는 분야이다.

둘째 국내업체끼리의 과당경쟁및 중복투자를 피하기위해 과감한
전략적 제휴가 절실히 필요하다.

선진국조사기관들의 자료에 의하면 오는 2000년에 무려 1,200억달러규모로
커질 세계멀티미디어시장은 미국등 일부 국가의 독무대가 되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우리가 21세기에 멀티미디어생산 하청업체로 떨어지지 않기위해서는
해외공동연구,컨소시엄참여등 다각적 전략을 펴야할 시점이며 특히
기술격차가 심한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국내 멀티미디어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범정부적
지원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처럼 부처간 첨예한 대립으로 정보화촉진기본법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는 이번 멀티미디어산업육성안도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 업계 학계의 효율적인 공조체제구축이 시급한 과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