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성인군자를 꼽는 요임금도 어렵게 여겼다는 것이 백성을 위해
일할 인재를 가려내는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을 속이지 못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탓으로
사람을 세밀하게 관찰해 분별력만 생기면 어느정도 인품을 감별해
낼수 있다는 것이 경험철학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한국의 인간감별 제1인자로는 역시 조선말기의 학자 혜강 최한기를
꼽을수 밖에 없다.

그는 23년동안 다듬은 펴낸 "인정"에다 인간됨됨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수 있는 체제를 세워 인물평가도표인 "사과열표"를 만들어
놓았다.

그는 인간평가의 큰 항목을 기품 심덕 체용 문견 처지(빈부귀천)등
"5구"와 그것에서 발현된 재국(재능) 응변(일에 대처하는 마음자세)
풍도 경 조시(일을 처리하는 능력)등의 "5발"로 분류했다.

그리고 이 10개의 항목을 다시 각각 4단계씩 세분해 평가하는 방법을
택했다.

예를들어 기품은 강약청탁으로 재국은 고 저 명 암으로 나누는
식이다.

이렇게 조합해 나오는 평가항목이 모두 1,024개에 이르고 있으니
이처럼 세밀한 인간평가 기준은 요즘도 찾아보기 힘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각 항목을 점수화 해 모든 것이 완비된 자를
10.5로 하고 기품을 4,심덕을 3,체용을 2,문견을 1,처지를 5로 점수를
매겨 평가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5구의 경우지만 5발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자다.

이 인물평가도표가 오늘날도 얼마나 타당성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것은
다시 점검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의 실학적인 인간탐구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막이 오른다.

그동안 각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로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갖추어야 할것으로 행정능력 도덕성 지도력을 들고 있다.

혜강의 판단기준으로 따져보면 행정능력은 5발의 마지막인 조시에
비견될수 있는 것인데 점수로는 0.5점 밖에 안된다.

도덕성 지도력은 독립적인 평가항목이 될수조차 없는 기본적인 문제다.

기품만 탁해도 도덕성이나 지도력은 나올수 없다.

이번 선거는 많은 후보중에 한꺼번에 4명이나 되는 단체장을 뽑아야
하는 어려움이 겹쳐 있다.

인물평가도표를 만들어 놓고 틈나는대로 후보들에 대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적격자를 골라내기가 어렵울 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