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TV가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영상만을 지켜보도록 해 "바보상자"라는 놀림을
받아왔던 TV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정보
조정센터로서의 역할을 맡아 "만물상자"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한동안 TV는 바보상자로 가정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디지털데이터를 TV는 잘 요리하지 못한다는 컴퓨터 제조업체들의 비판은
이제 TV를 돕는 막강한 지원세력들에 의해 무의미해졌다.

대부분의 새로운 멀티미디어 기기들은 영상과 음성의 표현에 있어 TV를
가장 중요한 표현수단으로 삼고 있다.

비디오CD플레이어 노래방기기 CD-I플레이어 각종 게임기등은 사용자들과
만나는 수단으로 TV를 우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기술의 발전과 정보인프라 구축을 배경으로 주문형비디오(VOD)
위성방송등이 TV와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TV를 중심으로 모든 뉴미디어기기들이 일렬로 차렷자세를 취하고 있는
형국이다.

TV는 이같은 협력자들로 인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지고 통합된 기능을
제공해 "PC냐 TV냐"는 논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오히려 TV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없이 대할 수 있는 친숙함때문에
멀티미디어 시대의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 TV를 빛나게 하는 러닝메이트로서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세트톱박스다.

세트톱박스는 TV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로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트톱박스는 기본적으로 TV에 들어오는 각종 영상및 음성신호를 풀어
TV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VOD 위성방송 케이블TV PC통신망등에서 보내주는 신호를 TV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네트워크와 연결된 TV로 하여금 외부와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세트톱박스가
열어주는 셈이다.

세트톱박스가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주변 정보인프라의 성숙여부와 가격등의 조건에 따라 세트톱박스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세트톱박스에 스마트카드 리더기, 휴대용 부가장치
표준의 하나인 "PCMCIA슬롯" 프린터포트 "인프라RAD"등 무선통신기능이
기본적으로 접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결합이 이뤄지면 오락 통신 정보수집등 가정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을 TV하나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감상등은 이미 주문형비디오인 VDT나 VOD형태로 물꼬를 잡았으며
케이블TV 주문형 게임등도 TV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케이블 TV회사는 TV를 대화형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홈쇼핑 홈뱅킹등도 TV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이와함께 이미 미국등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의 케이블TV망
과의 연계등에서 볼 수 있듯이 PC통신과 인터넷등의 사용도 TV를 통해 가능
하며 여기에 일반적인 음성및 정보통신기능도 첨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활동의 궁극적인 종착역은 대화형인 인터액티브 TV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화형 TV서비스는 가정의 거실에서 TV화면을 통해 버튼의 간단한 조작만
으로 자신이 원하는 영화 시청은 물론 음악감상 비디오게임 쇼핑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미래의 새로운 인터액티브 생활을 이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트워크 미디어가 아닌 패키지 형태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소화하는데도
TV는 현재 가장 폭넓은 소화량을 보이고 있다.

대화형 레이저디스크 플레이어, 동영상표준에 의한 비디오CD 플레이어,
멀티CD기기들이 대부분 TV를 지원하고 있다.

정보인프라를 갖춰나가는 과도기에 멀티미디어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로 TV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TV는 최근들어 급속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위성방송기술과
동영상압축및 전송기술등으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과 높은 선명도를 자랑하는 동영상표준이 확보됨에 따라
TV는 와이드TV 고선명TV등으로 보다 나은 영상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형태의 영상가공이 활발히 진행됨으로써 기존 TV보다 2배이상의
화면과 선명도를 자랑하는 TV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주문형 비디오를 디지털 형태로 일반테이프에 녹화해주는
"주문형 비디오용 디지털 VTR"등이 개발돼 TV의 운신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적과의 동침이 비일비재하다.

영상을 중심으로 방송 통신 컴퓨터간에 나눠졌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TV와 PC의 통합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는 멀티미디어 통합기기를 찾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TV의 생명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TV만큼 지구촌 가족에게 익숙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