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을 잡아라".

은행들에 때아닌 "뭉칫돈 잡기"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꺼번에 수천억원이 나오는 "대형사건"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현재 은행들이 뭉칫돈을 잡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안은
<>한국통신 명예퇴직자의 명예퇴직금 <>통일교 합동결혼식참가자의
교단기탁금 <>새로 문을 여는 법원의 공탁금등 크게 3가지다.

다음달말 퇴직할 한국통신명예퇴직자 3천2백여명의 퇴직금은 줄잡아
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는 8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릴 통일교합동결혼식 참가자 16만명(8만쌍)
이 교단에 기탁할 돈도 1천억~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중 은행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분은 한국통신
명예퇴직금 잡기.

한국통신은 최근의 노사분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다음달말 3천5백여명
을 명예퇴직시키고 7월초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퇴직금을 1인당 1억5천만원씩 잡을 경우 전체 퇴직금은 5천억원을
웃돈다.

이에따라 은행들은 이 돈을 유치하기위해 본점은 물론 전국 영업점별로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명예퇴직금을 잡기위한 은행들의 전략은 <>명예퇴직자 명단과 연고직원
파악 <>신탁등 고금리상품의 적극 홍보 <>섭외전담반 가동 <>고금리및
대출연계 신상품개발등 다양하다.

상업은행은 명예퇴직자들이 명예퇴직금을 단기생활자금보다는 장기저축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최장 30년까지 대출되는 마이홈통장등 대출연계
장기상품을 알려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전국 점포에서 가동중인 섭외전담반을 적극 활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조흥은행과 국민은행은 특유의 소매금융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두 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대출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을 각각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신한 하나 보람 평화등 후발은행들은 기존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높은 신탁수익률을 홍보하기위해 사업장방문 반상회참석등
"발로뛰기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통일교 합동결혼식참가자의 교단기탁금을 두고는 서울신탁은행과
제일은행의 경쟁이 첨예하다.

제일은행은 통일교본부가 있는 서울마포의 도화빌딩에 점포가 입주해
있다는 점과 통일교의 주거래은행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신탁은행도 (주)일화의 주거래은행이라는 점을 앞세워 기탁금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합동결혼식참가자중 일본인이 많다는 점을 내세워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또 조흥 한일은행등도 대출등을 앞세우며 기탁금유치경쟁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은행들이 추산하는 결혼식참가자의 교단기탁금은 최소 1천억원에서
최고 6천억원. 세계적으로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72만명(36만쌍)이
1인당 1천달러씩만 기탁해도 6천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또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동남아지역신도 16만명(8만쌍)의 기탁금만
계산해도 1천억원은 된다는 것이다.

법원공탁금을 유치하기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법원공탁금경쟁에선 아직까지 조흥은행의 아성이 탄탄하다.

그러나 오는 7월 문을 열 수원지법평택지원의 경우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수원지법의 공탁금 예치은행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일은행등 다른 은행들도 지역연고를 앞세워 달려 들고 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