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5월의 신록만큼이나 마냥 푸르름을 더해가고 35겹의 나이테가
쌓이도록 변함없이 동호동락 하여온 우리들의 상록회.

회원들은 모두 대구상고 35회 동창생들로서 팔공산과 비슬산기슭
두메산골에서 네사람은 여러남매중 장남으로, 한사람은 막내로 태어나
중학교까지 시골에서 마치고 60년4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들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시작되었다.

"청죽화친회"란 모임을 만들어 친목도모는 물론 졸업후에 취직을 하지
못한 친구의 사업자금(구멍가게 개업자금)일부라도 돕고자 월200원식의
회비를 갹출하여 한푼도 쓰지않고 꼬박꼬박 적립했다.

학창시절, 무더운 여름철에는 수성천 동촌 청천 등지에서 멱을 감으면서
함께 뒹굴었고 겨울이면 눈쌓인 언덕길을 걸어서 서로의 고향을 찾아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고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둘은 은행에 취직이 되었고 셋은 대학에 진학
하게 되었다.

그무렵 우리들 모임의 명칭을 상록회로 바꾸었다.

직장과 대학일로 우리들은 처음으로 대구 부산 서울로 각각 떨어져 생활
하게 되었으나 주말이면 의례 대구 동성로에 있는 시민선물센타(당시
이재영회원 형님께서 경영하시던 가게)에서 만나 대구 근교를 배회하면서
정담을 나누기도 하였고 대폿집에서 막거리를 마시면서 제법 인생이야기로
시간 가는줄 몰랐었다.

대학에 다니던 친구들은 졸업과 동시에 모두 취직을 하였고 그후 결혼시
에는 모아둔 회비에서 예물비 전부를 지출하는 즐거움도 맛보았었다.

뒷날 처자를 몽땅 거느리고(?) 서울 나들이와 민속촌 자연농원 구경을
다녀왔더니 어른아이 할것없이 모두들 천진스레 좋아들 하였다.

그 이듬해부터는 아예 하기휴가를 함께내어 성류굴 불영계속 백암온천과
단양팔경 수안보온천 계룡산 동학사 유성온천 운문사 하라산 내장산 채석강
석정온천 선운사 금산사등 동해안과 내륙지방 서해안일대의 명산 대천을
두루 유람하면서 일상생활속에서 쌓인 마음의 때와 먼지를 말끔히 씻어내곤
하였으며 올해에는 남해안과 지리산 탐승을 계획하고 있다.

평생을 동호동락할 회원들의 면면을 소개드리면 강경숙 곽태희(대전역전
태전약국 대표) 김재숙 박영휘 이태식등 여성회원과 권녕익(농협중앙회
하양지점과장) 방길혁(한국 수자원공사 경리처장) 이재영(덕수상고 교무주임
) 홍상(한국은행 원주사무소소장) 그리고 필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