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부가가치세제가 내포하고 있는 큰 문제점은 과세특례제도이다.

과세특례자의 수는 전체 부가가치세사업자 225만여명중 약135만명에
달하고 있다.

세수실적에서 보면 부가가치세의 약12조원중 과세특례자의 세수기여는
약2,300억원 정도이다.

과세특례자는 세율상으로 일반과세자에 비해 매우 유리하고, 과세특례에
머물기만 하던 종합소득세 부담도 함께 가벼워진다는 이점때문에 상당수의
과세특례자들이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는 것을 극력 기피하고 있다.

그러한 기피를 위하여 과세특례자들은 재화등을 공급받을 때 세금계산서의
수취를 기피하고 있다.

세금계산서의 수수는 부가가치세의 기능을 작동시키는 핵심적인
장치이다.

그런데 이를 문란시키는 병인이 바로 과세특례제도에 기생하고 있다.

특히 연간 매출액 3,600만원(과세특례자와 일반과세자의 한계를
긋는 금액)에 약간 미달하게 신고하는 자들 중 상당수가 일반과제자로의
전환을 기피한 위장된 과세특례자이다.

그 위장을 위하여 세금계산서 수취를 기피한다.

이러한 한계과세특례자의 세금계산서 기피가 그의 세부담만을 회피하는
것이라면 그런대로 방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세특례자에게 재화를 공급한 일반과세자의 세원까지 탈루시킴으로
써 종합소득과세에 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무부처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과세특례제도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방향설정은 옳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무부처가 선택한 방안은 과세특례자의 면세점금액을 점차
높이는 방법이다.

현재의 면세점에서도 연간 매출액이 1,200만원을 넘지 않는 과세특례자는
세액을 납부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문보도에 의하면 이 면세점 금액을 내년에 2,000만원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려고 하는 당정협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세금계산서를 더욱 받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면세점으로 남는 것은 현재의 과세특례자로 남는 것보다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부가가치세 기능을 더욱 왜곡시키는 방법이다.

면세점 금액을 상향조정하더라도 현재의 연간 1,2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일시에 상향조정하는 것은 그 폭이 너무 크다고 할수 있다.

그 면세점금액은 세원포착의 제고와 조화되게 점진적으로 높여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직 금융거래자료를 과세에 활용할 수 없는
단계에서는 소득세의 탈루까지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폐단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세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첫째,면세점 금액을 상향조정하되 과세특례자의 한계금액도 함께
점진적으로 하향조정한다.

이렇게 해야만 위장된 한계과세특례자를 없앨수 있다.

둘째,과세특례자의 세율을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하면서 과세특례자의
매입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조정한다.

과세특례자의 현행세율은 일반과세자가 적용받는 세율 10%의 5분의1인
2%인데 반하여 과세특례자는 매입세액의 5%만을 공제받을수 있어서
일반과세자가 공제받는 매입세액의 20분의1수준이다.

예를 들면 1,000원에 사서 1,500원에 팔았을때 현행제도하에서는
일반과세자의 경우 매출세액 150원에서 매입세액 100원을 공제하고
50원을 납부하게 되고,과세특례자의 경우 매출세액 30원에서 5원을
공제하고 25원을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같이 매입세액의 공제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과세특례자에게는 세금
계산서를 받을 유인이 거의 없다.

위의 예를 기준으로 세율을 5%정도로 높여서 매출세액이 75원이
되고,매입세액 공제도 50%로 하여 50원을 공제받게 하면 납부세액은
25원이 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경우에 과세특례자가 세금계산서를 전혀 받지 않았다면 납부할
세액은 75원으로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세특례자에게도 세금계산서를 받을 유인이 있다.

셋째,과세특례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할때 납부세액이 급격하게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는 한계세액공제를 하고 있다.

이론상으로 보면 가격에 포함시켜서 소비자로부터 받은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사업자의 호주머니에 넣어주는 모순된 제도이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폐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면세점의 상향조정과 함께 한계세액공제금액도 점진적으로
같이 축소해야 한다.

이 세가지 방법을 병용하되 그 속도를 적절히 조정하면 과세특례제도는
점진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아울러 세금계산서 수수질서도 서서히 정돈될 것이다.

과세특례제도의 개선은 영세사업자의 세부담경감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 개선은 오히려 세금계산서 수수질서의 정상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조세제도는 국가경영상 기본적인 틀의 문제이다.

세제가 어떤 일시적인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되는 것은 금물이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과세특례자의 면세점 상향조정의 문제가
표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수 있다.

그렇지만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것으로 믿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