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제30회 발명의 날"
을 맞아 무한경쟁시대를 이겨나가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발명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특허기술의 동향과 과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등을 점검해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정건 연세대 특허법무대학원장 안광 특허청장 이상희 한국
발명진흥회장(가나다순)이 참가해 "WTO 체제 아래서 특허의 중요성과 발명
진흥"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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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 특허청장=올해로 발명의 날 행사가 30주년을 맞습니다. 지난해에는
발명진흥법이 제정돼 발명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지원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인 WTO체제가 출범해 세계적으로 무한
경쟁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WTO체제 아래서 특허행정은 커다란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특허청은 5월달을 발명의 달로 설정해 발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산업재산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다양한 행사를 벌여 나가고 있습니다.

발명을 통한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이의 산업화는 인류문화 발전과 생활의
향상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올해 발명의 날 행사는 각별한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상희 한국발명진흥회장=WTO체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고속도로중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적재산권의 고속도로"입니다.

이제 국가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및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정보라는 것이 세계 각국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최근 클린턴 대통령이 미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CIA국장에 과학기술전문가인
더치 박사를 임명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돼야 할 것입니다.

특허정보를 중심으로 한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그만큼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강대국들은 기술전쟁 특허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분야를 지원하는
행정조직을 강화하고 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건 특허법무대학원장=새로운 경제질서 아래서 기술은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국가정책수립에 있어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취급돼야 하는 것이 바로
발명 기술분야입니다.

발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사회 분위기의 개선과 제도상의
개혁 전문인력의 양성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정부차원에서 재정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며 인력지원도 있어야 합니다.
또 연구시설을 확대해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가야겠습니다.

결국 기술개발과 발명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국가 경영전략의 도구가
되어야겠습니다.

<>.안청장=발명특허와 관련해 최근에 진행된 일들을 살펴보면 명암이
교체합니다.

밝은 면을 먼저 말씀드리면 9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제5위의
산업재산권 출원대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인구는 세계 25위인 우리나라가 특허 출원에 있어서는 세계 5위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창의력과 기술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어두운 면은 특허와 기술이 중요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만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국내 기업체들중에 1개 이상의 특허나 실용신안권을 갖고 있는
업체는 전체의 2.5%에 불과합니다.

전국 8만8천여개 업체중에 8백여개 업체들만 특허관리전담요원을 두고
있습니다.

기술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무한경쟁시대에 기업들이 대비를 안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회장=우리나라 특허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발명의 전체 구성을 보면 특허이외의 실용신안이나 의장 상표권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 대부분의 특허 출원이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전문화된 분야에서 다양한 발명을 할 수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이 출원하는 특허가 많고 이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특허행정
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최근 정부에서도 이같은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작은 정부"를 지향
하는 새 정부가 특허청만은 예외적으로 인력을 늘렸으며 외부의 전문인력을
특채하는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허청은 단순히 출원 심사 등록만을 하는 곳은 아닙니다. 기술 행정차원
에서 특허및 발명업무를 뒷받침하고 정보화전쟁의 첨병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특허청이 제건물 하나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또
최근 특허청의 대전이전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이 많습니다.

특허전쟁의 참모역할을 하는 특허청이 수도를 떠나 지방에 있는 나라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원장=특허청이 남의 집에 세들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외국 사람들
이 많습니다.

교육분야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에 유일한 특허
관련 대학원의 정원은 40명이며 이의 증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아쉬운 시점입니다.

<>.이회장=최근들어 특허청이 앞장서 발명진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발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명진흥회에서도
학생발명운동 우수발명자대회등과 더불어 올해에는 "주부 아이디어 발명전"
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어머니들
이 발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다면 자연스럽게 신세대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입니다.

<>.안청장=여성발명의 중요성에 동감합니다. 국내 개인 발명가 출원동향을
살펴보면 여성 발명가들의 출원이 단지 3%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같은 활발한 경제활동 참가에 비해 발명분야에 있어서는 여성들의 참여가
저조합니다.

특허청에서도 여성들의 발명 창의활동을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진흥회에서 마련한 캠페인이 충실한 열매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원장=여성들의 특허및 발명분야에 대한 관심이 최근들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허교육기관에 여성들의 지원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여성들의
참여열기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세대학원에서는 "부부특허교실"을 만들어 수강생들의 가족들이 함께
참여해 특허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허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술및 법률 지식과 외국어
능력이 갖춰져야 합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교육하는 전문기관이 확대돼야 할 것입니다.

<>.이회장=주부발명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가전제품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 바로 주부들입니다.

이같은 제품들을 접하면서 주부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주부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것은 곧 교육용품에
대한 새로운 발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문제를 다루는 환경용품과 생활용품 개발도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안청장=기술전쟁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허청에서도 현재 3대 전산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자체 업무의 전산화를 통해 심사업무의 효율성을 기할 생각입니다.
현재 특허청은 4천만건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해마다 외국에서 2백만건의 새로운 자료가 입수되고 있습니다. 99년
까지는 이같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심사관이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각종 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기업및 발명가들의 출원업무를 전산화해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특허을 출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발명진흥회 산하에 "특허기술정보센터"를 설치해 다음달부터
운영에 들어갑니다.

이 센터에서는 특허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기업및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특허청에서는 기술전쟁이 본격화되는 21세기를 특허정보화가 완료된 시점
에서 맞이하겠다는 각오로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회장=각종 정보망을 사람들의 신경망처럼 고도화시키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행정망 교육망 국방망등과 함께 특허정보망을 발전시켜 이를 연계시켜
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 사람들이 이같은 정보망을 이용해 "특허지도"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김원장=최근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에는 기술적 배경을 가진 전문 법조인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기본 6법이외에는 공부하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전문기술법조인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안청장=각 분야에 있어 전문가의 양성이 절실합니다. 기술 지적 재산권
분야에 대한 각계의 인식도 높아져야겠습니다.

70년대까지는 지적재산권을 상품과 혼합해 교역하는 시대였습니다. 80년대
이후에는 상품과 지적재산권이 분리돼 별도의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며 선진기업들은
특허 로얄티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총매출액의 10% 정도를 기술료로 받고 있습니다. 또
선진국들은 지적재산권 보호제도를 자신들의 수준에 맞춰 세계적으로 통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UR에서도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이 가장 많이 강화됐습니다. 특허법을 보다
폭넓게 적용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부터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입니다.

<>.이회장=특허제도는 그 나라의 산업수준에 맞춰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특허에 대한 적용을 통일하겠다는 생각을
선진국들은 갖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이 우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상황의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이같은 산업기술정보를 알려주는 일이 재정지원보다
더 중요합니다.

또 "특허일기예보"를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