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적 관점에서 보면 예술의 창작과 매개, 향유 활동은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엉뚱하지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한 번쯤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예술계에서 이뤄지는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해 예술 기획자인 필자도 그리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위대한 예술을 위해 사용 가능한 자원을 쓰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으니까….일본의 비평가 스미토모 후미히코는 예술 전시 하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까지 수많은 지구 자원이 낭비된다고 비판했다. 일회성 전시 공간을 조성하느라 적잖은 목재와 철재가 사용되고, 홍보를 위해 많은 리플릿과 도록을 제작한다. 커튼과 전선, 플라스틱 등 공간 조성과 연출을 위해 많은 자재가 사용된다. 그리고 이 모든 자재는 전시가 끝나면 바로 폐기 처분된다. 일회용으로 각종 자원이 소비되는 전시가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셀 수 없이 열리고 있다.식량과 환경을 고려할 때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류는 약 80억 명이란 인구학자의 주장이 있다. 그 수를 넘으면 지구가 지금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고 그 학자는 경고했는데 이미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자연 농경이나 가축 사육으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맞추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영화 ‘매트릭스’에서 지구를 지배하는 인공지능 기계의 파편 스미스 요원은 인간 측 지도자 모피어스에게 속삭인다. “내가 연구해보니 너희는 포유류가 아니었어.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은 안 그래. 한 지역에서 번식하며 모든 자원을 소모해 버리지. 너희와 똑같은 생존 방식을
4월, 몸이 아팠다. 몸이 음식을 받아주지 않았다. 두통도 왔고, 몸이 추운 것인지 봄이 추운 것인지 헷갈렸다. 작년엔 봄나물을 많이 먹었는데 올해는 봄나물을 먹지 못했다.한의원에 가 침을 맞고 약을 지어왔다. 한약을 먹는 동안,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어제는 동네 책방 지구불시착 사장님과 함께 저녁 메뉴를 고르다가 “한약이 몸에 안 좋은 거 아니야?”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겨우겨우 찾아낸 길 건너 보리밥집의 비빔밥은 얼마나 맛있던지. 그러다 생각났다. 피해야 할 음식에 무가 있었는데, 보리밥에 넣어 비벼 먹으려던 무생채가 무라는 것을. 한참 비빔밥 안에서 무생채 가닥을 골라내는데 사장님이 말했다. “한약은 정말 나쁜 것 같아.”얼마 전엔 군산 하재마을 팽팽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미아 해변 낭독 유랑단과 함께 군산에 다녀왔다. 약속 시간에 맞춰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역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단체 카카오톡을 보니, 출발지가 용산역이란다. 이럴 땐 뭐든 거듭 확인하는 김은지 시인의 부재가 아쉽다.“서울역인데 왜 서울이라고 되어 있어? 용산도 서울이잖아?” “대구역을 봐. 여기도 대구라고 되어 있잖아? 익산역도 익산. 구례구역도 구례구. 맞지?”은지 시인은 나의 맞춤 설명에 만족한 듯 그제야 서울이 서울역인 것을 받아들였었다. 살다 보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삶의 진가를 알게 되는 날이 오고 그날이 오늘이다. 기차 출발 18분을 남겨 두고 허겁지겁 지하철 1호선을 향해 뛰었다. 용산역까지는 두 정거장이니까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출발지가 용산역이야?” “표 누가
유교사상이 지배한 조선시대엔 장남이 모든 재산을 물려받는 장자상속이 당연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선 중기까지 남녀, 서열과 관계없이 균분상속이 일반적이었다. 제사는 형제자매가 돌아가면서 지냈고 제사를 모시는 아들이나 딸에게는 상속분의 20%를 가산해 재산을 물려줬다고 한다. 장자상속이 굳어진 건 조선 후기의 일이다. 물론 균분상속이든 장자상속이든 일종의 관습법으로 행해졌다.아들, 특히 장남에게 유산을 몰아주던 세태 속에서 1977년 민법에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도입됐다. 피상속인은 유언 또는 증여로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지만 상속권을 가진 가족들을 위해 일정액을 남겨둬야 하는 제도다. “내 재산은 모두 장남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해도 배우자와 다른 자녀도 유류분 내에서 비율대로 자기 몫의 유산을 받을 수 있다. 재산을 가족 공동 소유로 봐 자식들의 동의 없이는 아버지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었던 고대 게르만과 ‘유언의 자유’를 제한한 로마공화정의 관습이 독일과 프랑스 민법에 반영됐고 다시 우리 민법에도 접목된 것이다.일부 자산가 집안의 일인 줄 알았던 유류분 소송이 지난해에만 2000건을 넘었다. 요구액이 1000억원을 넘는 재벌가의 소송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이, 형제자매가 서로 “내 몫을 달라”고 드잡이하는 보통 사람들의 법정 싸움도 그 못지않다. 상속 다툼을 하다 소송까지 가고 결국은 가족의 연을 끊고 산다는 사람도 많다. 갈등 완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유류분 제도가 도입 47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