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권 대한주택팩터링 사장>

주택할부금융제도란 한마디로 주택을 살 때 구입자금의 일정부분은
현금으로 내고 일정액은 할부금융회사로부터 할부상환을 조건으로
빌려 공급자인 건설업자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할부금융의 원리금은 장기간(5~10년)에 걸쳐 매월 분할상환한다.

예를 들면 1억원짜리 집을 사면 일정금액(5,000만원)을 건설업자에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돈은 할부금융회사와 5,000만원을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할부금융 계약을 맺는다.

이 5,000만원은 할부금융회사로부터 빌려 건설업자에게 지불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아 할부금융사에 저당설정하고 이자와 수수료(예
연15%+수수료 1%)를 할부금융사에 매월 내면 내집마련이 되는 것이다.

만약 이 주택을 팔려고 할 때에는 매매가액(싯가)에서 할부잔액을
할부금융 계약서와 함께 매입자에게 승계시켜 주면 된다.

정부는 지난 3월31일 할부금융회사 인가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어느 항목에도 주택할부금융 업무를 취급할수 있는 조항이
없다.

주택할부금융 제도의 도입은 소비재의 할부금융제도에 앞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제도및 금융시장 여건이 주택 할부금융제도를
들여오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이는 시행착오의 두려움과 동시에 새 제도 도입에 따른
불안일뿐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나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볼때 완벽한 준비를 끝내고 실시하겠다는 생각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금융여건이나 각종 제도,또 업계의 수용태세도 다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주택할부금융제도를 처음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제도의 정비,상품의 개발,금융메커니즘의 개발등을 할 노하우는
충분하다.

그러므로 하루라도 빨리 주택할부금융업을 인가,이같은 노하우 축적의
준비기간을 주어야만 곧 개방될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에서 그나마
버틸수 있는 힘을 기를수 있을 것이다.

집값 상승은 모든 상품이 그렇듯이 공급이 소비를 따르지 못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주택할부금융 제도가 도입되면 장기 할부상환조건의 분양이므로
분양도 쉬워진다.

주택사업자들이 투입한 사업비를 한꺼번에 회수할 수 있게 된다.

계속해서 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되면 자연히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지게 된다.

주택할부금융이 실시되면 주택공급이 원활해지고 전세자금 정도로
집을사고 나머지의 자금은 분할상환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전세를
선호할 이유가 없어진다.

전세수요가 감소되면 주택전세금의 하향안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현재의 주택분양제도는 땅만 있으면 건축공정의 20%만 돼도 분양할
수있는 선분양후입주 제도다.

그나마 주택경기의 퇴조로 인해 미분양주택이 11만가구를 넘고 있다.

여기에 묶인 돈만도 10조원을 상회하고 있어 주택건설사업자의 자금사정은
최악의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후분양제도가 실시된다면 중소 주택건설 사업자는
도산을 면키 어려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택할부금융제도라도 하루빨리 도입,할부조건부 분양으로 자금의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사야겠다는 요즘 X세대의 소비패턴 현상은
외래문화의 유입이나 부모들의 과보호 탓이 크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보면 저축을 해도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꿈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만일 지금의 전세값으로 내집을 마련하고 나머지를 할부로 갚는다고
할때 집을 할부로 산 사람은 허리띠 졸라매고 저축해 할부금을 상환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축도 늘고 사치성 소비도 줄어들테니 어찌 1석3조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