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확장국면이 계속되면서 우리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한 생산성향상및
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슈퍼 엔고현상 덕분에 수출이 늘고 호황국면의
연장이 기대되면서 지난번 3저호황 때처럼 양적인 성장에 안주한
나머지 산업구조 고도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책당국은 경기진정을 위해 재정및 통화관리의 안정적인 운용외에
생산성향상과 부품국산화를 촉진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고 부품수입에
따른 무역수지적자축소를 꾀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경제의 투자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대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자제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투자내용도 생산능력의 확장보다는 자동화및
신기술개발로 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에너지 이용효율의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에너지이용효율 개선은 생산성향상의 중요한 대목일 뿐만 아니라
시행이 논의되고 있는 기후협약에 따른 탄소세부과 등에도 중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질적인 도약은
물론 양적인 성장마저 근본적인 제약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엔고현상 때문에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한 수출증대가
기대되는데 비해 경공업및 내수부문은 원자재의 수입가격 상승으로
더 위축되어 이른바 경기의 양극화가 심화되기 쉽다.

이같은 상황에서 에너지 이용효율의 개선없이 중화학부문의 생산능력이
확장되면원유수입증대및 환경오염악화가 불가피하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1.4분기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1.4분기중
산업생산 증가율이 지난 88년 3.4분기 이후 가장 높은 14.1%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중에서 중화학부문의 생산증가율이 17.8%인데 비해 경공업은 3.8%증가에
그쳤다는 사실이 이같은 걱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는 주요 에너지자원인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석유파동과 같은 돌발사태가 생길 경우 우리의 에너지이용
효율수준은 우리경제가 얼마나 외부적인 충격을 자체적으로 흡수할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최근 세계경제의 경기호전으로 원유수요가 내년말까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이라크가 유엔의 제한적인 금수해제를 거부하고,미국이 이란에
대해 전면적인 금수조치를 취한 영향으로 국제 원유가마저 들먹이고
있다.

물론 북해유전을 비롯한 비OPEC 원유생산량의 증대와 러시아의 원유수출
증가로 당장 수급불안이나 가격폭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달러가치의 폭락으로 인한 실질원유가의 하락및 주요 원유수출지역인
중동과 러시아의 정정불안을 고려할 때 돌발적인 사태발생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기업은 눈앞의 호황에 들떠 무분별한 설비확장에 나서기
보다는 에너지이용효율의 향상 등을 통한 체질강화에 보다 주력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