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에는 지진에 대한 일종의 신화가 있었다.

지진은 도쿄(동경)를 중심으로 한 간토(관동)지방에는 발생할 위험이
크지만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관서)지방은 안전지대라는 것이다.

간사이지방은 과거 약100년동안 큰 지진이 없었던 반면에 간토지방은
1923년 "간토대지진"으로 14만명이 죽은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신화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신화는 어디까지나 신화였다는 사실이 금년 1월에 고베를
중심으로 발생한 "간사이대지진"으로 확인되었다.

간사이지방의 대진재는 도시직하형지진이었기 때문에 재해가 심각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지진안전지대"라는 신화로 대비를 소홀히 했던
것도 한 요인이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취약한 지역이 근대적인 대도시들이다.

근대 대도시라면 지진이나 화재등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비가 일단은
갖춰져 있지만 지하에는 가스 상하수도 전선등의 배관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스나 수도관은 자체의 높은 압력때문에 약간의 충격만 있어도
파손될 위험이 크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지진의 재해가 건물이나 건조물의 도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
가스관등의 파손으로 생긴 화재등 간접적인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생각할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폭발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30일저녁,
대구에서 지진이 일어나 시민을 놀라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대구지진은 진도2의 "경진"이었으므로 중대동의 주민을
놀라게 했을뿐 피해는 없었다지만 진앙이 내륙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내륙에 진앙이 있는 지진을 직하형지진이라 부르고 특히 도시직하에
진앙을 가진 지진이 일어나면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큰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고대부터 지진이 많이 발생했었다는 사실이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등에 의하면 삼국시대에 102회,고려시대
169회,조선시대 약 1,500회의 지진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반도라고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금년에도 인재로 "가스폭발참사"를 겪었는데 우리나라에 진도5를
넘는 "강진"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제 우리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만일의 재해에 대비한 완벽한
태세를 시급히 갖춰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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