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촌은 신음인지 교성인지 알수 없는 교행의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몸을 움직여 나갔다.

그동안 정실부인을 비롯하여 몇몇 여자들을 경험한바 있는 우촌
이었지만, 교행처럼 이렇게 극락감을 안겨주는 여자는 일찍이 만나본
적이 없었다.

우촌이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옥경에서부터 극락감이 온몸으로
찌릿찌릿 퍼져나갔다.

교행이 처녀의 몸이라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행의 신체
구조가 우촌의 그것과 딱 어울리게 틀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우촌은 고소땅 진사은선생댁 꽃밭에서 교행에게 마음이 이끌렸던
것도 사실은 바로 이몸의 절묘한 어울림을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하였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애모한다 하여도 몸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 애모라는 것도 허약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 아닌가.

애모의 정도 몸의 어울림을 따라가는 법이라면 우촌은 교행을 언제
까지나 애모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성애의 경험이 없었던 교해의 몸을 상대로 여러 체위를 이루어본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고 하여, 우촌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산양대수체위
하나만 시험해보기로 하였다.

산양이 나무를 마주보고 있는 형용을 닮았다고 하여 산양대수라고
하는 이름이 붙여진 모양이었다.

우촌은 일단 옥경을 교행의 몸에서 빼어내어 두다리를 쭉 뻗고
앉았다.

우촌이 갑자기 자세를 바꾸자 교행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우촌을
올려다보았다. 교행의 이마에는 벌써부터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일어나 등을 내쪽으로 돌리고 이 다리위에 앉아보시오."

우촌의 지시를 따라 교행이 엉거주춤 일어나 우촌의 두 다리위에 등을
돌리고 앉았다.

"자, 고개를 숙이고 몸을 조금 든 후에 넣어 보시오."

물론 우촌의 옥경을 넣으라는 말이었으나 교행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오히려 고개를 뒤로 돌려 우촌을 쳐다보려 하였다.

"자, 이렇게."

우촌이 거들어주자 교행이 그제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엉덩이를 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교합이 이루어지자 우촌은 교행의 허리를 두 팔로
끌어안고 슬며시 들었다 놓았다 하였다.

그때마다 교행의 입에서는 신음인지 교성인지 알 수없는 소리가 계속
흘러 나왔다.

산양대수를 어느 정도 시험해보고는 평상시의 자세로 돌아왔다. 우촌은
닭이 울기 전에 파정을 해야 실한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조금 서둘러 진액을 쏟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