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조업체는 1천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56원의 이자를
내고 27원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93년보다 경영을 훨씬 잘했음을 의미한다.

93년엔 1천원어치를 팔아 59원의 이자를 내고 17원의 이익을 내는데
그쳤었다.

28일 한국은행이 3천58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9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이처럼 93년보다 지난해
장사가 훨씬 실속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조업체들은 경제성장율(GDP기준)이 8.4%에 달하는등 경기확장세를
반영,매출이 크게 신장됐다.

이에따라 수익성과 생산성도 좋아지는등 90년대들어 가장 좋은 기업성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자산재평가금액이 대폭 줄어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등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됐다.

우선 기업들의 성장성지표인 매출액증가율을 보면 국내 제조업은
수출호조화 내수증가에 힘입어 18.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93년의 9.9%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90년(18.8%)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다.

수익성도 크게 좋아졌다.

금융비용을 매출액으로 나눈 금융비용부담율이 5.6%로 전년의 5.9%보다
낮아진데다 원유가격안정등으로 제조원가부담이 줄어 매출액경상이익률은
2.7%로 93년(1.7%)보다 2배이상 나아졌다.

2.7%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지난 88년(4.1%)이후 최고수준이다.

지난 93년 일본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이 1.9%임을 감안하면 88년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따라잡은 것이다.

매출이 늘고 수익성이 호전됨에 따라 생산성도 높아졌다.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증가율은 18.1%로 93년(14.0%)보다 커지고
1인당 매출액증가율도 13.5%에서 16.4%로 높아졌다.

그러나 수익성호전에도 불과하고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는등 재무구조는
다소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자기자본비율은 24.8%로 93년의 25.3%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한은관계자는 "93년의 경우 자산재평가액이 이례적으로 4조7천억원(지난해
는 8천3백억원)에 달해 자기자본비율을 낮주는 요인으로 작용했기때문에
자산재평가요인을 제외할 경우 94년 자기자본비율은 93년보다 오히려
0.7%포인트가량 높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의 자기자본비율은 외국과 비교할때 아직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본 제조업의 평균자기자본비율은 32%(93년기준)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국내 제조업은 93년 46.8%에서 94년엔 44.5%로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으나 일본(36.8%)과 비교하면 아직 수준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재무구조개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요즘처럼 호황국면이 지속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될때 차입금의존도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합리화투자에 노력해 경쟁력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이강남한은조사2부장)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부문별로 보면 성장성면에서 대기업과 중화학공업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중소기업과 경공업의 매출신장세도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19.0%로 93년(11.2%)보다 크게 늘었고
중소기업도 매출액증가율이 16.5%로 전년(7.1%)보다 크게 신장됐다.

중화학공업과 경공업으로 나눠봐도 매출액증가율이 각각 20.0%,14.2%로
전년의 12.3%,4.8%와 비교할때 큰 폭으로 늘어났다.

중소기업과 경공업은 수익성면에서도 신장세가 두드러졌으나 대기업과
중화학공업수준보다는 아직 크게 뒤떨어져 있다.

대기업과 중화학공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각각 3.0%,3.3%에 달하는
반면 중소기업과 경공업은 아직 1.9%,1.3%수준에 그쳤다.

한편 건설업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관련투자와 해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성장속도가 빨라져 매출액증가율이 5.5%에서 13.7%로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나 매출액경상이익률이 2.9%에서 2.6%로
낮아지는등 수익성은 다소 나빠졌다.

도소매업은 경기호조로 소비가 크게 신장되면서 매출액증가율이
13.3%에서 17.5%로 높아졌고 매출액경상이익률이 0.6%에서 0.8%로
높아지는등 수익성도 좋아졌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