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없는 우리 도시 만들겠습니다" 이런 공약을 내거는 자치단체장이라
면 기꺼이 찍어 주련다.

아파트는 우리 도시를 피폐시키고 있다.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 농촌지역 문화도시 관광도시도 아파트때문에
망쳐지고 있다.

아파트는 또 사람의 심성까지 망치고 있다.

시민의식 환경의식은 간데없이 아파트 한칸,특히 "헌집 주고 새아파트"얻는
다면 누구나 솔깃하게 만드니 말이다.

주택공급업계는 나름대로 질을 높이고 상품의 차별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자동화나 건강상품,아파트 평면개선만으로 넘지 못할 높은
벽이 있다.

바로 입지와 규모와 밀도와 환경디자인의 질이다.

아파트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아무데나 땅만 확보되면 사업성을
높이려 대규모 획일생산으로 많이,높이 지어야 하는데 문제가 있다.

더구나 소비자 가격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생산가격을 낮추려면 똑같은
판상 또는 타워형으로 올려야 하니 개성있고 동네같은 아파트 만드는
환경디자인은 뿌리내릴 틈새가 없다.

입주하면서 벌써 좋은 가격에 팔 걱정을 하는 입주자들은 그저 무난형이
되어버린다.

세상에 우리처럼 아파트를 막무가내로 지어대는 데는 이세상 어디에도
없다.

홍콩 싱가포르를 들지만 그들은 토지한계가 뚜렷한 도시국가들이고
대신 그들 아파트의 질은 높다.

일본도시에는 우리같은 아파트단지가 안보이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고 그런 단지는 외곽 신도시에나 있고 도시내에는 잘가꾼
도시형 아파트들이 있어 도시사는 매력을 높인다.

미주나 유럽도 단지형 아파트들은 신도시에나 있고 아무래도 한수
낮은 주택양식으로 쳐서 이를 불식하느라 요새 짓는 아파트들의
질은 놀랍도록 작품적이다.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주택부족문제를 주장하는 것은 혹 대량공급을 선호하는 그룹의 목소리는
아닌지,우리 도시에 필요한 것이 정말 아무데 아무렇게나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들인지 한번 생각해보자.우리는 이제 의식주문제이상으로
더 높은 것을 바라고 긴 안목을 갖출 때에 서있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