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체스터(뉴욕주) = 조일훈기자 >

지난 81년 제록스사의 데이비드 킴즈 사장은 연간 3백20만달러의 비용절감
을 위해 복사기에 사용되는 중추전기코드인 "와이어 하니스"제조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전격발표했다.

일제 복사기의 미국시장공략이 활발하던 때였다.

당시 제록스사의 복사기생산비용은 일본제품의 미국내 시장가격과 비슷할
정도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제록스사 복사기의 국내시장점유율도 70년대의 평균 80%수준에서 50%대로
하락했다.

생산비용절감차원에서 미국내 많은 기업들이 해외이주를 추진하던 시절
이었기 때문에 제록스사 경영진의 공장폐쇄계획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계획을 실행하기위해서는 웹스터공장 근로자 1백80명이 해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뒤따랐다.

회사의 계획발표후 곧바로 노조는 공장을 옮기지 않고도 비용을 줄일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면서 경영진에 노사공동팀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8명으로 구성된 특별연구팀은 84년부터 활동에 들어가 6개월후 연간
3백20만달러이상의 절감효과가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연장근무를 줄이고 생산비효율을 제거하는 한편 생산량이 줄어든 조직과
장비를 재배치하고 과다한 전력사용을 절약한다는 내용이었다.

제록스사의 공장이전계획은 당연히 취소됐다.

게리 보나도나 의류섬유연합노조(ACTWU)의 로체스터지부장은 "와이어
하니스 공장건을 계기로 제록스사에 종업원참여제 도입이 가속화되기 시작
했다. 노사간 동반자의식이 강조되면서 종업원의 각종 경영참여논의가
활발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노사양측은 90년에 벤치마킹연수를 위해 또 다시 특별팀을 구성했다.

노조대표들과 경영진들은 6개월에 걸쳐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유럽내
우량기업들을 순회했다.

방문을 마친 특별팀은 현장에 "자율관리팀"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감시.감독위주의 기존 조립라인을 없애고 노사공동으로 작업공정을 단계별
로 자율관리하자는 내용이었다.

즉각 웹스터공장의 중간관리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엔지니어링 출퇴근시간 근로시간 품질등 생산현장의 모든 사안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팀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종업원에 대한 권한이양과 의사결정의 분권화도 빠른속도로 이뤄졌다.

미국내 팀시스템가운데 가장 효율적으로 알려진 제록스사의 노사공동팀제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92년까지 웹스터공장의 팀제는 제록스사 전공장으로 확대됐다.

93년에 와서는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팀제록스"가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로 채택됐다.

제록스사의 폴 알레어사장은 "팀시스템도입이후 품질과 투자회수율은
두배정도 향상되고 생산비용은 30%가량 절감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현재 웹스터공장내에는 전자규격 복사규격 품질 엔지니어링 안전 재정
회계시험검사 공정마무리 원료관리 인적자원관리팀등 1백여개의 팀이 가동
되고 있다.

팀내에는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용자측인 엔지니어와 매지너등이 섞여
있으며 각종 통계이용방법 성과훈련 통계처리제어기술 관리기법 오퍼레이팅
작업안전 레인보우차팅(품질측정프로그램)등에 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웹스터공장내 하자발견팀의 데이비드 루프만씨는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브레인스토밍방식을 통해 하루평균 45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한다.

팀원이 스스로 팀장을 선출하며 팀은 연장근무 작업할당 부품주문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웹스터공장의 성과관리부장인 마빈 셔곳씨는 "생산라인마다 3명의
엔지니어가 있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손해다.

팀별 경쟁체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관리자 역시 팀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승진의 관건
이다"고 설명한다.

제록스사는 지난해6월 단체협약갱신을 5주만에 마무리했다.

통상 4개월가량 걸리던 협상이 이처럼 빨리 타결된 이유는 사측은 효율적인
업무운영을, 노조측은 고용보장건만을 교섭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협약갱신을 통해근로자들에게 향후 7년동안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했다.

기존 보장기간이 3년인점을 감안할때 이는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다.

제록스사의 노사관계자들은 원활한 팀제의 운영과 노사협력시스템을 상호
신뢰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이회사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생산책임 엔지니어 제임스 알렉산더씨는
"노사공동팀은 우리 회사에 가장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현장자율관리와
팀웍이야말로 우리의 개성이자 장점"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한경쟁시대에서 상호협력하지 않는 노사는 결국 파멸에
이르게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