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해외출장을 다녀와 공항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공항을 출발해서부터 서울시내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을 방불케 했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곳곳이 차들로 가득 메워져 올림픽대로에서는
거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갑자기 운전기사가 급제동을 걸어 승객 모두 깜짝 놀랐다.

운전기사는 백미러를 보며 버스뒤에 있는 승용차를 행해 삿대질을 하며
심한 욕설을 해댔다.

기사의 말인즉 승용차운전자가 계속해서 끼어들기를 하려들고 안전거리는
고사하고 뒤를 바짝붙여 따라오더라는 것이다.

그 공항버스에는 외국인들 꽤 많이 타고 있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도 눈이 휘둥그래져서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너무 부끄러웠고 세계화라는 말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이유야 어떠하든지 간에 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을 찾아 처음 구경한 것이
혼잡한 교통과 그렇게 난폭한 한국인의 모습이라면 과연 우리의 인상은
그들의 기억속에 어떻게 남겨질는지.

물론 사람이 많고 또 각기 개성과 성격이 천차만별이라 하나같이 친절하고
밝을순 없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김포공항이라면 그래도 우리나라의 얼굴과도 같은데 그곳을 드나들고
근무하는 이들만이라도 어떠한 경우라도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좀더 성숙되고 품위있는 행동과
관대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것이라고 느껴진다.

강보영 <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