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철저히 자본주의적 속성을 배우고 있다.

국영기업의 경쟁력향상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의 극약처방들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가 경영하던 국영기업이 국유기업이란 개념으로 변하면서 국가는
소유만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넘어가는 현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자연 경쟁력의 강화라는 측면이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방기업들의 경우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등에 업고 다른 성 시의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총경리(사장)책임제 형식이 정착되는
가운데 경영능력의 유무가 금방 판명난다"(이종빈 무역협회 북경지국장)

관리들의 의식변화는 놀랄만하다.

그들은 이제 국영기업을 관리 통제하는 역할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경영의
합리화를 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기업의 외형적인 변화뿐만아니라 기업에 몸담은 간부 직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여전히 "철밥그릇"의 근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열심히 더 많이 배워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술의 습득이나
외국어 학습붐이 일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직장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종학 삼성물산 북경지사장)

중국.북한관계에 미치는 중국기업의 환경변화는 그래서 큰 것이다.

중국기업들이 과거 북한기업들과의 교역에 있어 가져오던 이른바
사회주의적 동질성 또는 청산계정에 의한 손익제로의 상황은 더 이상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

연변의 중국기업이나 조선족기업들도 지난 2~3년간 북한과의 거래에서
철저한 실리위주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실을 입는 바로 그순간 기업이 파산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기업으로부터의 미수금으로 인해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는 말은
연변에서는 흔한 말이다.

이같은 장벽에 북한기업들은 지독한 무력감까지 느끼곤 한다.

지난 2~3년간 북한기업이 중국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것은 지극히
자본주의화된 중국기업들의 태도도 포함되어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장사꾼끼리의 모임일수 밖에 없는 현실은 북한
기업들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길림성 모 무역공사의 김총경리는 "북한회사들도 이제 교역시 세밀한 부분
까지 많이 따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 거래선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했던 것과 비교할때 접촉회사들도
다양화됐다.

92년까지만 해도 중국중앙정부는 북한과 거래할수 있는 특정기업을 정해
두고 있었지만 그 이후 경화결제, 변경지역의 개방등을 통해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북한기업의 입장에서 이는 거래선의 다양화라는 긍정적측면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역대상물품이 지극히 제한적인 북한에 비해 중국은 이미
다양한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상호보완조건이 잘 맞지
않게 되었다.

그와중에 북한기업들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는 모습도 보인다.

당.정.군 기관등이 모두 무역을 하는 북한의 체제는 북한기업간의 불가피한
무역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더구나 거래대상인 중국기업들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북한과의 장사가
별로 이득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원유나 생필품류의 거래, 중계무역인 이른바 되거리 무역, 특정제품의
바터거래등으로 명맥이 유지되긴 하지만 두나라간의 거래가 협력일변도
일수 만은 없게 된 것이다.

"몇년간 한국에서 벌어진 중국농산물의 북한산 둔갑이나 가짜 북한상품의
중국내제조 논쟁등이 계속된 것도 무역의 다양성에 한계를 느낀 중국.북한
기업들과 수입관세를 절약하기 위한 한국기업의 공동노력(?)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북한상품의 중개에 참여하는 조선족기업들도 한국기업의
수요가 있는데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최성열 수출보험공사 북경지사장)

그래서인지 한국기업이 찾는 상품은 더욱 값을 올려받으려는 중국중개상과
북한기업들의 장난이 많아졌다.

심지어 아예 공모하고 선불을 요구, 이를 떼먹는 수법도 등장했다.

북한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강구한 여러 방법들은 지난 2~3년간 상당부분
공개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국제무역에 대해 무지한 측면을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점차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문제는 교역상품의 제한성에다 북한의 내수시장 미형성, 기업들의 경직성
잔존, 물품대금의 부족현상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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