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스페이스를 매개로 한 미래상 가운데는 그럴듯한 청사진들이 많다.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을 비롯한 각국의 지도자들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비슷한 얘기들을 하곤 한다.

일상생활, 비즈니스, 교육, 오락등은 어떤 모습을 할지 나름대로의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인터넷이란 사이버스페이스로 통하는 "길"이 순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잘 닦여진 포장도로가 아니며 오히려 산간오지에 난 이정표도 없는
길이라는게 사실에 더 가깝다.

적어도 사이버헬퍼(Cyberhelper)라 불리는 인터넷에서의 정보검색을 손쉽게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인터넷여행은 탐험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초심자는 인터넷 접속회사를 통해 어렵사리 여행길에 올랐더라도
어떻게 주소를 대야 컴퓨터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지 몰라
막막한 경우가 허다했었다.

인터넷에 물려 있는 5백만대나 되는 호스트컴퓨터중 원하는 정보가 있는
곳을 정확히 짚어낸다는게 만만치 않은 것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는 인터넷 정보검색법을 가르치는 전문가가 엄청나게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로 미뤄봐도 정보검색이 얼마만큼 힘든지
짐작 가능하다.

이런 탓에 인터넷이란 사이버스페이스는 지난 69년 모습을 드러낸 이래
한동안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초보자에게는 전자신분번호등 여행객의
"디지털지갑"을 노리는 전자갱이 득실거리는 뒷골목쯤으로 비치기 일쑤였다.

온갖 정보의 보고로 미래사회 힘의 원천으로 자리잡은 인터넷의 여행객은
그러나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이 인포메이션 슈퍼하이웨이를 기반으로 한다기 보다는
인터넷 때문에 정보고속도로가 깔리게 될 것으로 점치기도 할 만큼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대되는 추세다.

여기서 나타난 것이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해주는 편리한
소프트웨어 사이버헬퍼의 개발 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회사들은 인터넷의 사업성에 눈을 떠가면서
사이버헬퍼의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효율적인 사이버헬퍼들이 잇달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사이버헬퍼의 효시는 지난 92년 미일리노이대 내셔널 슈퍼컴퓨팅
어플리케이션 센터(NCSA)에서 개발한 "모자이크"가 꼽힌다.

이것은 데스크탑 PC사용자들이 인터넷의 보조네트워크격인 월드와이드웨브
(WWW)에 연결된 모든 멀티미디어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종전에는 컴퓨터 사용자가 문자와 기호, 숫자가 뒤섞인 이상야릇한 문장
형태로 된 인터넷상의 주소를 키보드로 일일이 입력시켜만 원하는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이 가능했다.

그러나 모자이크는 화면상에서 찾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 되는 단어만
입력시키면 관계되는 자료가 있는 곳이 열거돼 이를 지적하면 사용자를
그곳에 접속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말하자면 맹인 인도견과도 같이 인터넷 초보자들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다.

모자이크는 이후 전세계에 무료로 배포돼, 지금까지 1백만 카피(copy)가
공급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모자이크의 개발팀은 나아가 93년초에는 네트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사로
옮겨 상업적인 소프트웨어개발, 판매에 나섰다.

뒤이어 미오라클사를 비롯한 IBM, DEC, 마이크로소프트등 내로라 하는
컴퓨터업체들이 잇달아 여러기능을 가진 사이버헬퍼의 개발에 뛰어들어
한층 쓰기 쉬운 소프트웨어가 선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통신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사이버스페이스의 저변은
크게 확대되어 가는 추세다.

WWW같은 경우만 해도 등록 정보건수는 6개월-1년에 2배정도 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수는 최근 53일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고 미선 마이크로
시스템스사는 추산한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모자이크같은 사이버헬퍼 때문에 사이버스페이스가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다고 불평하지만 보다 쓰기 쉽고 효율적인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계속돼 본격적인 사이버스페이스시대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