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화는 과연 "추락"할 것인가, "안착"할 것인가.

이는 1985년9월 플라자협정이래 시작된 달러화의 가치하락이 87년말까지
이어지는 긴장된 과정에서 전세계가 수없이 되뇌었던 의문이었다.

결과는 물론 안착이었다.

이기간중 달러화 가치는 세계주요국 통화들에 대해 약 40%나 절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무역, 국제금융및 국제통화체제는 큰 혼란과
동요를 겪지 않았다.

이 기간중 미국과 일본은 선진7개국들중 가장 높은 산업생산증가율을 기록
하였고 엔화가치상승에 힘입어 일본의 달러표시 경제규모는 2배이상 증대
되었으며 도쿄의 증시규모는 뉴욕을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기간중 일본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소멸됐지만 일본의 기업, 산업및
경제전체는 체질개선과 해외투자에 의한 구조조정등을 통해 한단계 높은
차원으로 옮겨갈수 있었다.

미달러화의 가치가 2년동안 40%나 하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에 흔들림이 없었다는 것은 세계의 경제및 정치질서 구축
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세력의 출현이 일부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용이한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주요통화들의 가치변동은 이상의 경험들이 궁극적으로
시사하는 바와 과연 다른 것인가.

우선 주요관련국들의 경제상황을 보자.

미국은 지난해 3%를 능가하는 고율성장으로 경기과열의 우려를 낳기도하며
금리가 상승하는 추이를 보였다.

91년 8백67억달러로 감축되었던 무역적자는 그후 계속 늘어나 지난해에는
50%나 증대됨으로써 거의 85년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만성적인 재정적자는 연간 3천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일본경제는 그간 엔고현상으로 성장률이 둔화되었음에도 불구
하고 무역흑자는 90년의 5백20억달러로부터 계속 늘어나 지난해에는 1천
2백억달러를 능가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고 물가안정과 저금리라는
효율적 경제운용이 이루어져 왔다.

독일의 경우는 그간의 통일후유증에서 벗어나 지난해에는 3%의 실질성장을
이룩했다.

91년1백30억달러였던 무역흑자는 지난해 4백억달러를 초과, 견실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내적인 안정우선의 금융정책으로 선진국들중 가장 높은
실질금리를 유지해 왔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달러화가 금년들어 엔화와 마르크화에 대해 9%정도
절하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인 것이다.

물론 외환시장을 자극한 여러 직접적 원인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제력의 차이에서 유발된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사실상 환율은 금리와 함께 그것의 단기변동을 누구도 예상할수 없음에
비해 장기적 변동은 상대적으로 예측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환율의 장기적변동은 외환및 금융시장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현상적요인들보다는 역시 경제의 근본요인들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때 지난 85~87년 달러화는 전세계 거의 모든 통화들에
대해 가치가 하락했던데 비해 금년의 경우는 엔화및 마르크화가 달러를
위시한 전세계 모든 통화들에 대해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정의되어야
옳다.

지난81년 출범한 미레이건 행정부의 재정적자 누증이 초래한 미국내
고금리현상은 미국으로의 대규모 자본유입을 초래하였고, 그 과정에서
달러화가 절상되기 사작하였는데 그로인한 미무역적자가 85년에는 사상
최고수준에 이르기까지 달러화의 고평가현상은 지속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85년9월이후의 달러가치하락은 미국 경제의 실상에 비해 너무
고평가되었던 달러가치의 사후적인 하양조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엔화가치상승은 일본의 무역및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최대치
를 기록한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일본경제의 실상에 비해 과대 저평가된
엔화의 가치가 상향조정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85~87년중 일본은 미국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했으나
여타국들과의 상대적 경쟁력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었는데 비해 금년의
경우엔 독일과의 관계만을 예외로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해진 것이다.

이런면에서 이번 엔고현상에 대한 일본기업과 정부의 고민은 과거 어느때
보다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 경제의 엔고극복전략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수
없는데 자칫 그 부담이 우리에게 전가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를 금할수
없다.

또한 엔고현상이 우리에게줄 긍정적효과에만 도취돼 있을때 일본에 대해
우리와 유사한 입장에 있는 경쟁상대국들이 우리의 잠재적인 몫을
낚아채도록 방치해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8%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렇다고하여 이에 도취해 있을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고율성장은 내수의존과 경상수지희생에 입각한 것이어서
금년이야말로 좀더 보수적인 경제운용이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하반기이래 국제 원자재가격이 급속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경제불안요소도 엔고파장을
타고 도입되는 것을 단호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