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번 유럽순방시 클로드 페유 OECD 사무총장에게
3월말 한국의 가입신청서제출을 공식 통보함으로써 96년에는 OECD회원국
가입이 분명해진 것이다.

가입신청서제출을 눈앞에 두고 지금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

가입한다고 해서 당장 실익은 기대하기 어렵고 부담만 늘기 때문에
가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정부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으로 미루어보거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감안할
때 가입을 더이상 미룰수 없다는 입장이다.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은 우리가 원하지 않았더라도 세계흐름에
따르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OECD 가입신청은 남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선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OECD가입 그 자체가 선진국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OECD에 가입하지 않는다 해서 자유화 개방화를 늦출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세계화를 내세워 모든 부문의 개방과 질적 수준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벅차지만 가야할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아직도 과도한 정부개입과 경쟁을 저해하는 각종제도와 관행이
도처에 남아 있다.

OECD가입의 참된 뜻은 이러한 것을 가급적 빨리 정리하는 기회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찾을수 있다.

OECD 가입은 중요한 세계경제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받고 통상협상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계기도 될수 있다.

OECD는 이미 후발 유럽회원국들이 있는데다 멕시코도 가입함으로써
선진국 모임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났다.

대내적으로는 시장경제,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과 세계경제 기여를
원칙으로 삼는 국가들의 범국제협력 모임인 것이다.

OECD가입은 경상무역외거래및 자본이동 자유화규약수용,저개발국지원
의무화등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상무역외거래및 자본이동 자유화규약을 선두그룹 국가에
견줄 정도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원국들이 받아들일수 있는 범위안에서 자유화계획을 세워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가면 된다.

OECD에 가입하지 않는다 해서 우리만을 위한 이기적인 정책을 펼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대개도국 개발원조를 GNP 0.7%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도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권고사항을 지키도록 노력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타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수 있다.

자유화와 개방화가 국익을 해친다는 시각을 버리고 자유화 개방화를
통해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찾아야 옳다.

OECD 가입신청서를 내기로 한 이상 이제 우리가 관심을 쏟아야 할
일은 가입조건을 결정하는 협상과정에서 실익을 챙기는 노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