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주주총회를 여는 한전은 국내 최대 공기업답게 지난해 경영실적도
''최대/최고''로 올렸다.

매출부터가 전년보다 20% 가까이 늘어 사상최대(8조8천6백억원)를 기록
했다.

순이익은 8천8백억원으로 배이상이나 늘어났다.

''떼돈''을 번 셈이다.

그러나 한전은 이같은 실적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발전소 건설 등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얼마라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선 고수익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종훈 한전사장은 최고의 경영실적을 올려 놓고도 그래서 걱정이 많다.

한전의 속사정과 고민은 뭐고 또 현안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본지
유화선 산업1부장과 차병석기자가 이사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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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유화선 < 산업1부장 > ]]]


-작년 경영실적은 정말 너무 좋더군요. 주총에서 박수깨나 받으시겠습니다.

<> 이사장 =뭐 제가 잘해서 그런 건가요. 직원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준
결과지요.


-어떻습니까. 한전같은 공기업은 이익이 적게 나도, 또 많이 나도 욕을
먹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익이 적게나면 독점기업인데도 왜 그 모양이냐고 하고 이익이 많이 나면
독점기업의 폐해같은 것을 들먹이며 "트집"을 잡는게 우리의 현실이지요.

<> 이사장 =사실이 그렇습니다. 공기업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게
한국의 풍토지요.

말하기 좋은게 주인이 없다는 거죠. 그러나 외국의 큰 기업들을 한번
보세요.

일본의 히타치나 도시바같은 대기업들은 모두 오너가 없어요.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공기업과 비슷한 소유.경영 구조지요.

정부가 주식을 소유한다고해서 공기업은 무조건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확대해석을 하면 한전의 민영화는 역시 곤란하다는 말씀이군요.

<> 이사장 =물론입니다. 특히 한전은 여타 공기업과도 달라요. 전력은
국가경제의 기간산업입니다.

전기값은 국민생활과 직결돼 있지요. 한전은 정부가 관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 한전의 주식을 모두 민간에 넘긴다고 해도 문제는 많습니다.
우선 배당압력이 거세져 전기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할게 뻔하지요.


-그러나 효율성 면에선 역시 민간기업 아니겠습니까.

<> 이사장 =그래서 저는 취임직후 "신한전 창달"을 기치로 내걸고 2년간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단행했습니다.

인원감축만 하더라도 1천7백여명이나 줄였어요. 군살빼기 작업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람 자르는 일이 그리 쉬운건 아닐텐데요. 어려움이 많으셨겠습니다.

<> 이사장 =왜 힘들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사업소별 인원을 경영평가와
연계시키니까 별 문제가 없더군요.

인원이 많으면 경영실적도 그만큼 올라가야 하니까 자발적으로, 좀 과장
하면 경쟁적으로 정원을 줄이더라구요.

어떤 사업소는 1백명 가까이 정원을 반납한 곳도 있습니다. 평균으로
따져도 40~50명씩은 될 겁니다.


-밑에 사람을 많이 끌어오고 예산을 충분히 따오는 사람이 유능한 관리자로
평가되지만 한전은 그 반대가 됐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나 인원을 그렇게 줄이다 보면 직원들의 불만도 꽤 클 것 같은데요.

<> 이사장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팩시밀리로 직접 받아 보고 있는데 가끔
그런 얘기가 있어요.

그러나 조직의 이노베이션은 바빠져야 생기는 법입니다.


-인사에 관한한 한전은 한때 복마전이란 오명도 있었지요. 낙하산인사
청탁인사등으로 말입니다.

이사장께서 취임하자마자 긴급훈령으로 "인사청탁 배제"를 천명한 것도
공채출신 1기로서 그런 저간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겠지요.

인사청탁은 정말로 없어졌나요.

<> 이사장 =거의 없어졌습니다. 제가 사장에 취임한 이후 승진인사를 세번
했는데 이때 외부청탁에 의한 "무리한" 인사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청탁 대상자는 도리어 "블랙 리스트"에 올려 놓았죠. 그 때문에 앙금이
생긴 정치인도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젠 사장이 부탁을 들어 줄래야 들어 줄 수도 없게돼 있어요.
승진조건등 인사규정 자체를 투명하게 만들어 놨거든요.


-그래서인지 직원들 사이에선 사장의 인기가 꽤 높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데 작년말엔 퇴직금 보상문제로 노조측과 심한 마찰을 빚으면서 스타일을
좀 구기셨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 이사장 =퇴직금 삭감이 절차상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그건 이미 사법부
판결로 해결이 난 상태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한전노조는 퇴직금 반환소송에서 패소했어요. 사법부가
결론낸 사안을 정부가 뒤집을 순 없는 일 아닙니까.


-그러나 이사장께선 당초 노조측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 이사장 =사장도 어차피 한솥 밥을 먹는 식구니까 노조 편으로
비춰졌겠지요.

노조와의 협상에선 정부측 논리로 설득을 하면서도 정부쪽에 가선 노조측
얘기를 했으니까요.

어쨌든 노조 집행부와 퇴직금 문제는 더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올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퇴직금 보상 대신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수도 있겠습니다.

<> 이사장 =금년 임금인상률은 정부의 공기업 임금 가이드라인(총액기준
3%인상)을 지킬 것입니다.

더 이상은 안돼요. 임금인상에 관한 한 한전을 포함한 큰 기업들이 자제
해야 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그래야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임금격차가 줄고 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할수
있습니다.


-전기요금 문제는 어떻습니까. 인상률도 다 결정해 놓고 인상시기 선택만
남겨놓고 있다던데요.

혹시 작년에 이익을 많이 낸게 요금인상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요.

<> 이사장 =글쎄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완전 별개 문제예요. 우선 발전소
건설등에 5조~6조원씩을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비가 턱없이 모자라요.

퇴직금 적립등 내부유보를 모두 합쳐도 3조원이 채 못됩니다. 그렇다고
모자라는 부분을 모두 외부차입에 의존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한전은 국내에서 연간 1조원이상을 빌릴수 없도록 묶여 있고 해외 차입도
국내 통화증발등의 부작용때문에 힘들게 돼 있습니다.

결국 투자비 조달을 위해선 전기값 인상이 불가피하지요.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