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의 1인당 연간교육훈련비는 93년말 현재 27만6천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생산직근로자 1인당 교육훈련비 1천1백20달러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 각기업의 매출액대비 평균교육훈련비 비중은 0.14%로 지난
90년이후 지금까지 조금도 나아진게 없다.

연간 1백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리는 기업이 교육훈련에는 고작 1천4백만원만
을 투입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경제개발초창기시절 외국에서 값싼 부품을 들여와 단순히 조립.가공
만 해오던 국내산업구조속에서 경영자들이 교육투자의 필요성을 못느낀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같은 근로자교육부문에 대한 인색한 투자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숙련도의 저하와 신기술의 습득이 지연됨으로써 생산성증대에 차질을
빚는등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장적응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재가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친다는 점이다.

교육부재의 노동환경에서 근로자들은 단순화되기 쉽다.

"세계화"와 "경쟁력향상"을 귀가 따갑게 떠들어대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이런 환경아래서는 기업의 장기적 비전을 외면하는 집단이기주의가 만연
되게 마련이다.

단국대의 이규창교수는 "사내교육부족으로 인해 근로자들은 임금등 단기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근로자 개인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고 지적한다.

오늘날 무한경쟁시대의 지구촌경제는 이같은 "교육불모지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산업구조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등 고부가가치기술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고도의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업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근로자들도 단순노무기능에서 보다 다양한 기능과 기술을 익혀야할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일부사업장에서 근로자에 대한 교육을 중시하고 있는것도 이같은
추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10월 "현장중심 인재육성"을 선언했다.

교육 인사등 기업의 관리역량을 총동원, 현장인재를 키워 세계초일류기업
으로 도약하기 위해서이다.

인재개발실과 노동조합이 힘을 합쳐 현장인재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일전다능(한가지 전문기능과 다양한 능력)의 "V"자형인재를 대거 키워낸다
는 것이 이계획의 중점전략이다.

이회사 구미공장의 천광희노조지부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은
근로자의 자질개선에서 시작된다"며 "교육은 근로자의 창의력을 활용할수
있는 토대와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또 올해 3억2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근로자 80명을 영진전문대에
입학시키기로 했다.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예산비도 지난 93년 19억원, 94년 31억원에 이어
올해에는 4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대우중공업은 수년전부터 의식개혁차원의 교육을 통해 4년연속 무쟁의
사업장의 성과를 거뒀다.

이회사는 89년부터 1만1천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노사한가족운동"교육을
비롯해 근로정신함양교육 공장개선교육 가치혁신교육 전사적생산관리운동
자녀교육프로그램 가족교양강좌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마련했다.

박종철 교육연수부차장은 "현장과 밀접한 관련이있는 교육을 통해 극단적
이기주의와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근로자들의 의식이 변화되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대림자동차의 근로자 해외연수교육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회사는 종업원의 자질향상을 위해 지난 90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에 1백
70명을 연수시켰다.

이길용이사는 "해외연수를 통해 우리 근로조건이 결코 열악하지 않다는
것에 노사가 공감했다. 작업환경 근로조건이 일본의 혼다사보다 낫다는 것이
전체의 의견이었다. 이런 경험은 노사관계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회사 교육훈련원의 방인수씨도 "해외연수를 시작하고나서 보다 성숙된
노사관을 갖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회사측에서 근로자대표 5명을 동남아에 보내 몇몇 기업들을 견학
시킨데 이어 지난1월에도 일본의 2개업체에 근로자 5명을 파견, 현장근로
및 노사관계를 살펴보게 했다. 이같은 인적투자가 노사안정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한국단자노조관계자)

이처럼 교육의 효과는 엄청나다.

근로자에 대한 각종 교육훈련은 이제 더이상 기업이 마지못해 부담해야할
비용이 아니다.

"내일"을 위한 투자이다.

근로자들이 일에 대한 즐거움과 보람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

연세대의 송복교수는 "근로자들이 변화되는 노동환경과 경영여건을 충분히
알고 자발적으로 협력할수 있도록 사측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특별취재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