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차장" "부장"등의 직함을 갖고 독립된 기능이나 부서를 관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조직내에 가지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기업의 주요의사결정에 참여할뿐만 아니라 현장을 실질적으로 움직여
나간다는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최고경영자와 현장의 말단근로자를 연결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근로자들로부터 받는 점수는 그리 후하지않다.

구미 H사의 H노조위원장은 "중간관리층이 경영진에 대해서는 아부나 하고
소신없이 일하면서 우리에게는 거만하게 군다.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지만 권위주의적 태도는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근로자들은 중간관리층을 통해 회사측을 바라본다.

이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기업주의 경영방침과 태도를 평가한다.

노사간 불신의 정도가 높은것도 따지고보면 중간관리층이 "허리"역할을
못한 탓이 크다.

최근 본사와 노사협력센터가 공동으로 조사한 "노사의식설문조사"에서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생산직근로자가운데 최고경영자에 대해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은 전체의
52.9%인 반면 중간관리층에 대한 불신의 정도는 64.9%에 달했다.

대한알루미늄공업노조의 P씨는 "노조집행부와 회사경영층간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중간관리층이 제역할을 못해 일처리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최고경영층과 현장의 말단근로자에 이르는 회사내 커뮤니케이션통로도
부실하다.

관리부서에서 발송된 공문1장이 작업장에 전달되는 시간이 일주일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나까지만 알면 된다"는 중간관리층의 "독선"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만만치않다.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근로자들은 회사의 각종 방침이나 내부사정에
무관심내지는 반감을 가지기 쉽다"(구미지방노동사무소 오상원 근로감독관)

조영길노총 쟁의지도부장은 "아직도 작업현장에서는 반말과 폭언등
비인간적인 대우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잦다"며 "개발경제시대를
지나오면서 중간관리층이 업무에만 열중한 나머지 근로자와의 "공동체의식"
을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최근 일부기업에서 "현장중심"의 경영이 강조되는 것은 이같은 반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노사분규를 경험했던 (주)금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원진
을 포함한 관리직사원들에게 월2회정도 현장야간근무를 시키고 있다.

또 관리직사원들을 대상으로 1인1기능제도를 도입, 연간 3주동안 현장실무
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그결과 하루생산량이 파업전보다 20%가량 늘어날 정도로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뒀다.

탁성두 노무담당상무는 "관리직이 현장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로케트전기도 지난 92년부터 노조의 적극적인 동참아래 직.반장등 현장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의식개혁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충처리의 모든 창구를 직.반장이 직접관리하는 "일선
관리제도"를 도입, 회사근로자들이회사의 상태를 잘 알수있게 만들었다.

결과는 "8년연속 무분규사업장"으로 나타났다.

노무전담 전문관리계층의 양성도 현장중심의 접근못지않게 중요하다.

현대자동차의 박구진노사협력부장은 노사관련업무만 7년째 담당하고 있다.

그는 회사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사정에 정통한 유일한 전문관리자
이다.

오랜 세월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인간관계, 정보취득능력을 갖고 있다.

노조측과도 "말이 통하는"사람이다.

그는 "노무의 개념을 "관리"에서 "지원"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한다.

그래서 최근 노무관련 부서명칭을 업무부는 지원부로, 노무과는 협력과로
바꾸었단다.

그는 또 "근로자와의 지속적인 접촉과 꾸준한 대화야말로 중간관리자의
몫"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계에 박부장같은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사의 관행상 노무전문관리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간 인맥과 현장의 흐름을 익힐만하면 후임자에 대한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된채 딴데로 옮겨간다.

연세대학교의 정종진교수는 "노사갈등의 대부분은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
되는 만큼 중간관리층이 적극 나서 불필요한 불신과 오해를 없애도록 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노무전담관리자제도를 도입해 노사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의 창구로 활용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지역 B사 김모과장은 "공단내에 노무담당끼리 모이는 "창무회"라는
모임에 가보면 노사관계가 안정된 회사와 악화일로에 있는 회사를 금방
알아볼수 있다"고 말한다.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회사의 노무담당자들은 욕설을 예사로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노무담당이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하고 이해하면서도 저러니 노사
관계가 안되지''라는 생각이 앞선다"고 말했다.

김과장의 얘기는 중간관리층에게 남겨진 숙제가 무엇인가를 시사해 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