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 공동기획 ]]]

프란시스 비도 < IMD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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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계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 보지 않은 기업을 찾아 보기
힘든 시대다.

심지어 경쟁사들끼리도 주식을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손을 잡기도 한다.

기업경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얻는 이점을 나열하기
바쁘다.

한마디로 너나 없이 제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에 나서는 목적은 다양하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얻는 과실이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략적 제휴의 목적은 몇가지 점에서 공통분모를 뽑아 낼 수 있다.

전략적 제휴를 통하면 신기술을 습득하거나 제조능력을 빌리거나 유통망을
넓히거나 서비스기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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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르노사와 마트라사 두 기업의 전략적 제휴는 고전적인 기업제휴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 두 자동차그룹은 에스페이스라는 미니 밴을 공동생산했다.

이 공동생산과정에서 르노사는 마트라사의 우수한 디자인능력을 습득할 수
있었다.

마트라사는 르노사로부터 마케팅능력을 빌릴 수 있었다.

두회사의 전략적 제휴가 양사에 모두 큰 이익을 준 것은 물론이다.

이는 서로 자원과 능력을 맞바꾸는 형태의 기업간 제휴로 볼 수 있다.

제휴는 상대방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경영학자들은 구미기업과 일본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이뤄지는 것은
이같은 상호보완의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구미와 일본기업간에 최소한의 시간을 투입해 상대기업의 "지식"을 최대한
얻어내는 경주가 벌어졌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전략적 제휴라는
인식이 유럽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이점은 오래전부터 익히 알려진 전략적 제휴의 메리트이지만 기업이
제휴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는 소득도 많다.

제휴상대방의 눈을 통해서 자기 회사의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부수적인 소득의 하나로 들 수 있다.

기업이 제휴에 들어가면 상대방에게 자사의 제조및 관리업무프로세스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보여주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기회사의 약점을 파악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으려면 자기회사의 경영패턴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
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사의 약점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간 제휴가 경영혁신의 원천이 된다는 말이 나왔다.

제휴관계에서는 상대기업에 자사의 기술및 관리 노하우를 제공해 주어야
하고 이같이 지식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내부에서는 되도록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제휴를 통해 지식을 교환하는 것이 좋다.

전략적 제휴관계는 고객만족도를 높이는데도 효과적이다.

제휴상대기업이 그 어떤 고객보다도 집요하게 경영개선에 대해 많은 요구를
해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타워 크레인회사인 포테인사는 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조인트벤처등을 통한 제휴가 절실하다는 결론을 얻고 있다.

이란에서 포테인사는 현지기업과 제휴관계를 맺었고 먼저 제조설비설립을
지원해야 했다.

1차적으로 기술자가 설계도면등을 가지고 이란으로 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못해 추가 인력이 파견됐고 포테인사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 크레인 제조공정을 상세히 설명해야 했다.

포테인사는 이를 계기로 자사의 제조공정을 다시 한번 총체적으로 점검했고
개선할 부문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제휴를 통해 기술이전에 나선 기업이 이같은 과정을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교훈을 얻고 있는 것이다.

드문 예이긴 하지만 전략적 제휴관계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사의
경영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교훈을 얻는 수도 있다.

전략적 제휴관계는 또 기업이 자사의 경영전략을 다른 환경에 적용함으로써
혁신의 아이디어를 얻도록 한다.

지정학적으로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노동력및 새로운 원료의 투입등으로
인해 새로 맞닥뜨린 환경에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가치있는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뜻이다.

벨기에의 베카르트사와 일본의 브리지스톤사간의 조인트벤처는 제휴를
통해 어떤 아이디어를 얻는지를 잘 보여준다.

베카르트사는 타이어 내성물질인 강선 제조업종에서는 선도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60년대후반 베카르트는 타이어 수요가 급증하는 일본시장에 진출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단독 진출은 힘들었다.

베카르트는 합작선을 여러군데 물색한 끝에 일본 최대의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사와 손잡고 강선제조 합작공장을 세웠다.

베카르트와 브리지스톤의 합작 이유는 명확했다.

브리지스톤은 베카르트의 우수한 기술력이 탐났고 베카르트는 기술이전에
따른 로열티수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베카르트의 기술이전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일본현지 합작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수준이 설립 5년만에 벨기에의 모공장과
동일한 수준이 됐다.

그러나 합작공장의 인사관리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생산현장의 근로자들사이에서 제조공정이 힘들다는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따라 베카르트와 브리지스톤은 인사관리에서도 제휴관계를 맺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갔다.

인사관리에서 제휴를 한뒤 5년동안 생산성이 배로 높아질 만큼 양사의
제휴는 큰 성과를 이뤘다.

베카르트는 일본에서의 제휴에서 예상밖의 소득을 얻자 유럽에서도 제휴선
을 찾는 적극성을 보였다.

베카르트의 사례는 제휴상대방이 라이벌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우려해
기술이전을 꺼리는 경영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베카르트는 전략적 제휴는 양자가 장기적으로 다같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베카르트는 기술이전에도 불구하고 마킷셰어를 계속 확대하면서 우수한
영업실적을 거두고 있는등 업종 선도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기업은 때에따라 상대 기업으로부터
경영스타일을 바꿔볼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르노와 마트라사간의 전략적 제휴에서 이런 경우가 발생했다.

마트라사의 자회사인 마트라오토모빌은 스포츠카 한 종류만 생산했다.

단일 생산품목인 스포츠카의 판매가 부진했고 적자가 누적되는 힘든 처지에
놓였다.

마트라는 유럽시장용으로 개발한 미니밴인 에스페이스의 주문생산을 적자
탈출의 돌파구로 생각했고 르노와 푸조사 양자에게 제휴의 손을 내밀었다.

푸조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르노는 달랐다.

일반 승용차스타일의 미니밴이 잘 팔리지 않을 경우에는 즉시 상업용 미니
밴으로 디자인을 바꾼다는 조건을 내세워 마트라의 의향을 타진했다.

마트라는 기업생존전략으로서 이번 제휴가 절실하다는 판단아래 르노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고 제휴에 들어갔다.

르노의 조건대로 에스페이스는 중도에 디자인을 바꾸었고 초기에는 판매
부진을 맛보았지만 빠른 회복세로 전환, 대성공을 거두었다.

에스페이스는 당초 하루 50대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판매대수는
하루 2백대를 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이 대성공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에스페이스는 마트라오토모빌이 만드는 차체에 로노의 엔진이 들어가는데
대량생산에 익숙지 않은 마트라쪽에서 차체의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르노가 돕고 싶어도 양사의 제조공정이 너무 달랐기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마트라오토모빌이 품질관리에서 혁신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마트라오토모빌은 품질관리 혁신에 성공했고 마트라와 르노의 합작품인
에스페이스는 현재 유럽 미니밴 시장의 45%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이 제휴를 했다고 해서 이익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제휴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제휴의 과실도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략적 제휴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동운영"형식의 제휴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두 회사가 제휴를 전제로 미리 할 일을 분담하는 형식의 단순한 "협동"은
곤란하다는 뜻이다.

또한 제휴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제일 유능한 인력에게 맡겨야 한다.

이와함께 자기 회사의 인력이 제휴프로젝트에관해 가능한 경험을 많이
쌓도록 교대근무를 시키는 전략도 유효하다.

양사의 제휴 협의사항은 환경변화에 맞게 지속적으로 뜯어고쳐 나가는
탄력적인 제휴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점도 중요하다.

물론 제휴 상대방과의 잦은 마찰등으로 인해 경영자들에게는 이같은
탄력적인 제휴관계설정이 부담스럽겠지만 그 보상이 아주 크다는 점도 함께
인식해야 한다.

성공적인 회사는 보통 "자기만족"이라는 질병을 앓기 쉽다.

이 자기만족병을 예방하거나 치유하는데는 전략적 제휴가 특효약이다.

물론 제휴도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제휴"만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겠지만.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