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하는 사람 두 셋만 모이면 그 대화는 대부분 "항간의 추세"에서
출발한다.

나역시 신입사원때나 지금이나 늘 이 "추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를 쓴다.

추세,즉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광고는 생명력을 잃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광고를 보면 트렌드를 알수 있다는 뜻도 된다.

광고쟁이들이 트렌드에 맞춰 트렌드를 끌고 나갈 제품이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기에 광고를 보면 그 시대의 소비자가 보이는 것이다.

요즘 자주 보이는 트렌드의 하나는 "미시". 대표적인 미시상은 TV드라마
"당신이 그리워질때"의 주인공이자 모 전자제품의 간판모델인 탤런트
박지영으로 보인다. 주부이면서,엄마이면서,며느리이면서 유능한 직업인.

간혹 신문 지상을 통해 발표되는 통계를 보면 현대여성들이 가장 바라는
여성상임을 알수 있다.

그러나 미시란 전문직업을 가진 주부라기보다는 한마디로 아가씨같은
아줌마를 말한다.

아가씨같은 패션,아가씨같은 몸매,아가씨같은 와이프."오늘은 그이의
애인이고 싶다" "여자를 벗고 나를 찾는다" "처녀때 손 같아요"..

그야말로 기혼여성대상 광고들을 보면 아줌마같은 아줌마는 죄책감이라도
느껴야 할것만 같다.

그런데 이런 미시트렌드가 이젠 육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내 아기는 달라요. 특별하죠. 내가 남과 다른 것처럼" "내 아기가
최고잖아요"아기 기르는 것도 아가씨처럼. 더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광고를 하고 있는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 광고메시지가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내 아들은 특별하고,그러니까 처음부터 평범한 아이들과는 달라야하고,
내 딸은 영재가 틀림없고,그러니까 소수의 특별한 아이들끼리 그룹지어
특별교육을 시켜야 하고.

아이들이 먹는것,입는것,자라는것 모두 엄마의 취향대로 자존심대로
선택되는 추세인 것 같아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더구나 한집에 아이가 하나나 둘 정도가 되면서 아이들이 점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가 들리고 있는 이때 내
아이가 최고고 내 아이만이 특별하다는 메시지는 광고로서의 성공여부를
제쳐놓고 더불어 사는 사회에 하나의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한 기업이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세계일류"를 주장하고 있으며 김영삼대통령의 세계화 의지를 의식한
세계최고주의가 각 기업마다의 광고문안에 심심치 않게 대두되고 있지만
이 역시 자칫 사회에,젊은 엄마들에게 지나친 엘리트 주의를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좋은 광고 성공한 광고란 제품이 잘 팔리는 광고라고 광고인들이나
광고주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래서 소비자를 움직일 좀더 강하고 자극적인 말을 찾고 차별화된
표현에 몰두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이 보편적인 진리로 보다 인간적인 테마를 가진
광고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광고의 매력이 한 사회의 트렌드를 창조하고 트렌드를 끌고
나갈수 있는 힘이라면 그 트렌드를 따뜻하고 넉넉하게 만들어 갈수도
있을것 아닌가.

첨예한 경쟁속에 일류,최고만이 살아남고 그래서 엄마들도 최고를
외치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자라나야할 아이들을 죄는데 요즘들어 광고가
한몫하고 있는것 같아 광고인의 한사람으로 조용히 자성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