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패밀리 산업을 잡아라-.

국내전자업계에 CD바람이 거세다.

멀티미디어시대가 열리면서 CD를 활용하는 제품이 날로 늘고 있기 때문
이다.

이른바 CD패밀리시장이 초기 형성단계를 지나 급속도로 성장, 이분야가
전자업계의 주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CD패밀리의 대표주자는 오디오다.

CD가 하이파이오디오부터 카세트까지 필수 장착품이 된지는 오래다.

테이프나 LP판은 이제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CD패밀리의 주도권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비디오CD, CD-I, 멀티PC등이 최근 잇따라 등장하면서 엄청난 시장을 형성
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게임기까지 가세해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등 종합전자업체는 물론 다른
전문업체들도 CD계열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날로 커지는 CD파이를 좀 더 많이 차지하자는 계산이다.

이들의 사업확대는 시장 경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가장 접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는 비디오CD다.

비디오CD는 LG전자가 지난 93년 처음으로 국내시판에 들어간데 이어
삼성전자가 가세해 국내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현대전자는 지난해부터 CD비전을 앞세워 돌격나팔을 불었다.

대우전자는 아직 시장형성이 안됐다는 이유로 시판은 하지 않고 있지만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여기에다 인켈 롯데전자 해태전자등이 지난해 말부터 비디오CD시장에
가세했다.

전자업체라고 명함을 내밀고 있는 업체들은 거의 참여할 태세다.

CD-I와 게임기도 주목받는 CD패밀리 멤버.

CD-I분야에서는 LG전자가 앞서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이제품을 국내외에 본격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목표는 국내 7만대, 해외 8만대.

CD-I시장이 아직 세계적으로 본격 형성기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공격적인 자세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는 CD-I 개발을 완료한상태로 시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게임기는 이미 전쟁에 들어갔다.

LG전자가 다국적 게임기업체인 3DO사와 손잡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도 일본 세가사와 제휴를 통해 늦어도 올하반기부터는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일본 닌텐도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전자는 상반기안에 16비트
게임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컴퓨터 부품이긴 하지만 CD롬 드라이브도 만만치않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컴퓨터환경이 고용량 다정보로 변화하면서 CD롬 드라이버는 필수장비가
됐다.

CD롬이 일반 정보저장은 물론 영화감상 노래방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서
이를 구동시키는 CD롬 드라이버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

향후 모든 PC에 CD롬 드라이버가 장착될 것은 불문가지여서 이 시장규모는
내년까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D패밀리 시장이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CD자체를 생산하는 산업규모도
커지고 있다.

현대전자는 다음달부터 월산 350만개규모의 CD공장 가동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시장상황에 따라 월산 600만개로 생산라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최대 CD생산업체인 SKC는 오는 7월부터 월산 4,200만개체제에 들어가
생산량을 50% 늘린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50억원을 투자한다.

웅진미디어도 20억원을 들여 월산 360만개의 생산능력을 오는 4월부터
900만개로 확대한다.

LG전자도 CD생산에 참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사업계획을 마련중이다.

지난해 월산 500만개에서 900만개로 생산규모를 확대한 삼성전자도
여차하면 생산라인을 증설할 태세다.

전자업체들이 보는 CD패밀리의 진짜 강자는 이처럼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기기들이 아니다.

타이틀로 통칭되는 소프트웨어산업은 그야말로 무한광산이다.

여기에는 대자본을 앞세운 전자업계의 공룡들 부터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영세 개미군단까지 가세하고 있다.

업종도 전자업계뿐 아니라 출판 음악 교육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있다.

CD패밀리의 위력은 시간이 흐를 수록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멀티미디어화가 가속화되면서 진정한 힘이 나타날
것이다.

이 말은 차세대 최대의 산업으로 자리잡을 멀티미디어의 주역으로 CD
패밀리가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미래산업에서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CD패밀리를 장악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며 그 시기는 빠를 수록 좋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