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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핼로런 <전 뉴욕타임스 아시아특파원>

계속 갈팡질팡해왔던 클린턴대통령의 대중정책이 또다시 강경노선으로
바뀌었다.

최근 몇주동안 미정부는 중국의 최대 라이벌 대만과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또 미정부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창립멤버로 가입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미정부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다시 들먹이며 강도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이러한 미정부의 새노선이 제대로 운용되기만 한다면 미.중관계는
균형을 되찾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만일 실패로
귀결된다면 양국간 긴장은 보다 강화될 것이고 무력분쟁이 촉발될
가능성까지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92년 대통령선거 유세기간동안 부시전대통령의
대중정책이 인권문제를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은 93년 입장을 바꿔 그동안 중국의 인권이
신장됐다는 명분으로 최혜국대우(MFN)를 경신해줬다.

또 지난해에도 중국의 인권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클린턴
정부는 다시 최혜국대우를 경신했다.

그러나 지난해말께 클린턴정부는 강경노선으로 전환,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12월 피너 미교통장관은 대만을 방문했는데 그는 지난 15년간 대만을
방문한 미국인사중 최고위급 관리였다.

당시 피너장관은 이등휘 대만총통과 미.대만간 경제협력 강화를
재확인했고 이등휘총통의 지도력과 대만의 민주화 노력을 칭찬했다.

이같은 우호적인 태도도 불과 몇개월,미국은 지난해 5월에는 이등휘
대만총통의 하와이 방문을 저지했었다.

하지만 9월에 미국은 다시 정책을 수정해 대만의 외교사무소를 대표부로
격상시키는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이에 중국은 격분,피너장관의 대만방문을 맹비난했으며 지난 1월로
예정됐던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의 북경방문 제의를 거부했다.

이에 앞서 강택민주석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중 클린턴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대만의 관계개선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강주석은 지난 1월중순 중국을 방문한 키신저전국무장관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다.

현재 양국은 2년간 끌어온 지적재산권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콤팩트디스크(CD) 소프트웨어 비디오,
음악등에 대한 10억달러 상당의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불법복제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중순 미국은 중국이 무성의한 태도로 협상에 응한다며
협상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에 불법복제품을 생산하는 29개 공장을 폐쇄할 것을
요구했었다.

미국의 요구에 대한 중국의 응답은 두가지였는데 하나는 중국측이
불법복제공장을 단속했다는 것을 미국이 잘 알지못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 내부문제라는 것이었다.

이 분쟁은 지난해 미키캔터 미무역대표부 대표가 만약 2월4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정부는 28억달러 상당의 중국수출품에 대한
무역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발언함에 따라 더욱 심화됐으며 우여곡절 끝에
제재시한을 이달 26일로 연장됐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어떠한 유형의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관세율
인상,미국수입품의 통관기간 연장,오디오 비디오 화학 제약 자동차등분야의
미국기업진출 협상 연기등 강경한 태도로 대응했다.

또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지적재산권문제를 일부러
걸고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달 중국정부는 미국에 대한 더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천명
하며 무역전쟁을 경고했었다.

지적재산권문제는 현재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WTO 창립멤버 가입을
반대하는 중요한 명분이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중국이 법 계약등을 지키지 않고 외채상환을
않는다고 비난한다.

최근 데이빗 존슨 미국무부대변인은 중국의 인권상황이 지난해 봄 이후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존 샤턱 국무부차관은 중국을 방문,정치범 석방과 인권운동가들의
중국 정치범 면담을 허용하라고 요구했고 구금중인 티베트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러한 강경노선에도 불구하고 미국정부는 중국과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또다시 미국의 대중정책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정부는 이러한 모색속에서 앨 고어 부통령의 오는 봄 북경에서
열리는 환경회의 참석과 힐러리여사의 올 가을 중국에서 개최되는
여성회의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