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연초 실명제실시발표이후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사철이 다가왔지만 시장움직임은 여전히 전형적인 침체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실명제라는 변수만 없었다면 올해 부동산경기가
회복국면을 보일 것이 확실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분석가들의 일치된 견해는 ''이제 아무나 무턱대고 부동산을 사두면
돈을 벌수있다''는 부동산신화는 재현될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전국적으로 평균 땅값이 두자리씩 뛰는 그런 시장양상은 구조적으로
나타날 수 없다.

작년 4분기를 고비로 땅값이 2년6개월만에 미등세로 반전됐지만 이것이
대세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건설교통부의 부동산투기대책반이 ''오해 투기우려는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실명제실시외에도 토지종합전산망의 가동에 큰 기대를 걸고있기
때문이다.

실명제실시로 소유의 투명성이 이뤄지고 전산망가동으로 거래정보가 낱낱이
잡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실수요"거래나 스스로 개발계획을 입안 분양이나 임대까지
일괄처리할수 있는 "개발투자형"이 아닌 "무턱대고 사두면 돈이 된다"는
식의 부동산투자는 낭패하기 마련이다.

이는 거꾸로 아무리 실명제가 도입되고 전산망이 가동되더라도 면밀한
시장예측과 상권분석 분양및 임대판촉기법까지 갖춘 전문적인 기획개발을
할 경우엔 여전히 승산이 있다 것으로 풀이된다.

소유와 거래실태가 아무리 소상하게 밝혀지고 관련세금이 모조리 부과
되더라도 개발에 따른 차익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경우엔 투자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앞으론 이처럼 선별적인 투자를 할수있는 안목을 가진 투자자만이 부동산
시장에 발붙일수 있고 아마추어들은 시장에서 대거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예전엔 아파트상가를 입주전에 사뒀다가 입주직전에 차익을
남기고 파는 것이 어떤 곳에서도 통했다.

하지만 앞으론 아파트상가에 투자를 할 경우 주변에 상권형성이 어떻게
이뤄질는지 인근 대형상가와의 거리나 영업차별화가 가능하지등을 세세하게
따지지 않고 투자할 경우 은행금리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동산과 금융실명제에다 종합전산망까지 가동되면서 부동산시장
의 예비투자자들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중간에 적당히 차액을 남기고 되파는 식의 주먹구구식 투자가
통할수가 없게된 것이다.

최근들어 과거에 볼수없던 "부동산컨설팅"이란 신종업종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같은 시장변혁을 말해주는 것이다.

과거 투기시대엔 믿을 만한 부동산중개업자만 잘 물색해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에 땅을 사두면 돈을 벌수 있었다.

그렇지만 실명제와 종합전산망이 어우러져 소유와 거래실태가 동시에
체크되고 금융실명제로 자금이동까지 드러나게 돼있어 부동산물건의 회전
(손바뀜)과 환금성이 예전같을수 없다.

투자차익은 기본적으로 빠른 손바뀜(전매)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것이 구조적으로 차단되는 상황에선 개발이익밖에 노릴수 없다.

개발이익은 아무나 어느 곳에서나 챙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식시장으로치면 "대세상승"은 물건너간 셈이고 "개별재료"를 따라
장세가 심한 기복을 보이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같은 모습은 작년 4분기 전국 땅값조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땅값이 내리는 곳과 오른 곳이 뚜렸하게 분리되고 있다.

개발재료가 확실한 곳은 침체인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인반면
막연한 기대만으로 거품이 부풀었던 곳의 땅값은 지속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가격은 대개 하방경직적이라는 과거 경험이 더이상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투자유인재료가 있느냐 없느냐, 있다하더라도 투자수익환수시기등에 따라
땅값이 현저하게 오르는 곳과 반대로 떨어지는 곳이 극명하게 구분될 것이
틀립없다.

이제 "대세상승" "전국평균땅값"등은 전혀 의미가 없어지고 재개발재건축
준농림지개발 관광단지유치등 개별개발재료에 따라 땅값이 오르내리는
"요철시장"이란 과거와 다른 모습의 부동산시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부동산시장의 불안요인이 완전히 가신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사실 실명제도입과 전산망가동이 아니면 올해 부동산시장은 대세상승기로
접어들 것이 확실했다.

과거 기준으로 볼때 부동산시장의 교란요인들이 워낙 한꺼번에 겹쳐있어
투기불씨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경기는 대략 3-4년주기의 소순환과 7-9년주기의 대순환을
그리면서 침체와 활황을 거듭해 왔다.

이 부동산경기사이클에 비추어 올해부터 부동산경기는 회복국면에 접어든
시기다.

이밖에 1년이상 호황을 누린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으레 부동산
시장을 찾기 마련이다.

게다가 단체장선거를 비롯 앞으로 각종 선거가 줄을 잇게 돼있고 물가불안
도 여전하다.

수출호조와 금융개방으로 인한 해외부문에서의 통화팽창효과고 부담스럽다.

특히,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자유치로 수도권 부산권 강원권등 곳곳에
도로 철도 관광단지등 온갖 개발계획이 난무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투자포인트가 워낙 산재해 있고 일시에 몰려 있어 이것이
전반적인 상승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다.

설명제와 종합전산망만 아니면 현재 부동산시장양상은 과거 70년대말
중동특수시기와 88올림픽전후의 흑자시대와 비슷한 점이 많다.

향후 부동산시장은 예전처럼 폭발적인 모습을 띌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실명제와 전산망이라는 투기차단장치가 이들 상승압력을 어느정도 효과적
으로 차단하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이동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