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간의 제172회 임시국회 소집이 여.야총무 사이에 합의돼 내주초
개회된다.

잡음이 없지 않았음에도 어느때 보다 쉽사리 국회소집을 합의해낸
쾌거를 범상히 보지 않고 한국정치의 거듭나는 마음가짐으로 믿고
싶은 심정이다.

되도록이면 국회가 자주 열려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해 주기 바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국민의 소망이다.

그럼에도 이나라 국회는 본회의건 상임위이건 간에 한번 모이는
것을 무슨 큰 선심이나 쓰듯 하는 고자세가 배어 있다.

새 총리인준을 위한 임시국회가 그뒤 잠시 열렸지만 지엽문제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인 끝에 날치기 예산통과로 허무하게 끝난
지난해 정기국회를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그사이 내외로 전혀 다른 환경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세계화 추진으로
법석이 나도 여.야는 내부 당권다툼에 새해를 낭비해 왔다.

삼남지방이 가뭄에 목타는데,부동산실명제라는 막중한 제도가 행정부
안에서 마름되는데,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구역 개편논이 제기되는데,북한과
미입법.행정부간 교섭이 막전막후 숨가삐 벌이지는 판에 국회를
연다,못연다로 더이상 다툴 명분이 없다.

먼저 유럽방문을 앞둔 대통령이 연두연설을 행함은 사의적절하다.

의회가 있는 나라라면 알차게 준비된 행정수반의 시정방침이 의사당에서
천명돼 당연하다.

연두기자회견 형식으로 시정방침을 펴는 것은 과거 대통령들의 의회경시
야당외면으로 정착된 관행이다.

기자회견도 존속됨이 좋겠지만 의회연설은 이 기회에 부활됨이 마땅하다고
본다.

물론 입법부는 행정수반의 1년 시정방향을 경청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을 분석하고 필요한 지원방법 또는 견제방법을
안출해야 게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마침 지난해부터 개정 국회법 시행으로 의회의 의사진행이 훨씬
내실화되었다.

2주여의 이번 국회는 좀더 성의있게 여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국민이
바라는바를 대변하고 입법화하는 말그대로의 생산국회로 변모해야
한다.

행정구역개편이 긴요하면 밤을 새우고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추진할
일이지 겁부터 낼 일은 아니다.

그리고 갑론을박하다 어느새 잦아든 부동산실명제만 해도 원내에서
본격논의하여 이왕이면 제대로된 법을 만들기 바란다.

가뭄대책도 하는척만 하다가 비오면 그만들 자세로가 아니라 선견력을
가지고 근본대책을 논의해 보라,미의회가 북핵문제 통상문제에 달려드는
적극성에 비하면 한국국회는 너무 태평이다.

무엇하나 안심할게 없는데 우리의원들은 개인보신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느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