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의 사망은 시간문제라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정치 경제 발전방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의 죽음을 강건너 불로 바라다 볼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등은 오늘날의 중국이 형성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중국은 현재 경제규모가 세계7위,무역규모는 세계10위이다.

멀지 않아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면에서의 이같은 괄목할 성과는 전적으로 개혁 개방정책의 성공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은 등소평의 지도아래 실시됐다.

89년의 천안문사태와 같은 정치적 위기를 수습하고 개혁 개방정책의
지속을 통해 고속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등소평이라는 인물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만큼 등의 죽음이 중국의 정치 경제판도에 몰고 올 파장은 깊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중국정치가 등의 카리스마에 크게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사망은 중국정치에 심각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등사망 초기에 중국사회는 전면적으로 위축되는 과도기적 현상을
띨 것이다.

그의 사망이 중국지도층 내부에 공동의 위기의식으로 연결될 경우
정책결정의 우선순위는 당분간 경제발전보다는 체제수호로 바뀔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등의 사망에도 불구,단기적으로 중국은 강택민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집단지도체제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고 지도자의 사망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대에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중국의 경제정책도 단기적으로는 성장보다는 안정에 최우선목표를 둘 것
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같은 안정위주의 경제정책은 오래 지속될수 없을 것이다.

안정위주의 긴축정책이 지속되면 그동안 고속성장에 익숙해온 주요
경제부문에 타격을 가하게 되고 국유기업의 구조적 불황이 심화돼
사회안정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등사후의 충격파만 흡수되면 중국은 또 다시 개혁 개방정책을 확대시킬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우선 순위및 개혁의 속도에 관한 지도층 내부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있다.

아무튼 등사후에도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에 의한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으로
개혁 개방노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경우에도 개혁 개방의 포기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며 단지 등사망
직후의 충격과 혼란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가 중요하다.

등사후의 중국향방에 관해서는 지금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일단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게 현명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