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상호불신이 자주 거론된다.

신뢰가 없으니 대화도 제대로 될수 없을 뿐아니라 노사협상이 순조로울리
없다.

노사가 새로운 협력의 틀을 짜내기 위해서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창원지역 A사의 사례는 노사간 불신이 얼마나 깊은가를 잘 보여주고있다.

지난해 2월 이회사 노조위원장이 밤늦게 귀가하다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마침 임.단협을 앞두고 있던 때여서 분위기가 더욱 미묘했다.

노조측은 "협상전에 노조의 기세를 꺾기위한 회사측의 계획된 폭행"이라고
주장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회사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은 이를 믿으려 하지않았다.

당시 경찰은 우범지역내 "퍽치기"상습범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명의 용의자
를 조사했으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결국 불신의 앙금만 남겨놓은채 미제로 끝나고 말았다.

최근 본사와 한국노동교육원이 실시한 근로자.사용자의 의식조사결과
"노사간 상호신뢰가 높다"고 응답한 사람이 10%도 되지않는다.

또 나이가 적을수록 노사간의 신뢰가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나이가
많을수록 신뢰가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 쌍방에 대한 불신은 대부분 "거짓말"과 "약속불이행"에서 비롯된다.

"회사측은 임금협상때만 되면 회사경영이 어렵다고 말한다.

조합원들이 생산과 판매등 경영전반을 잘알고 있는데도 억지주장을
펴는 것은 노사관계안정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인천I사 노조위원장)는
지적이다.

기계제작회사인 H사는 지난 93년 노사협약에 따라 계열사로 옮겨간
근로자들에 대해 협약서 내용대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지난해 계열사노조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일단 단체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노조의 세력이 약해지면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H사 K부위원장) 그러나 회사측의 노조집행부에
대한 불신도 이에 못지않다.

집행부내에 유난히 "사조직"이 많은 우리나라 노조의 성격상 노.노갈등이
많은데다 곧잘 인기영합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에 제대로 대화가 안된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위원장이 너무 정치적이고 비협조적이어서 힘들다.

인사와 경영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인데 이를 간섭하려는 것은 "다른
뜻"이 있는 것으로 생각할수밖에 없지 않은가"(인천 S사 노무담당)
"지난 87년이후 근로자들의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해왔으나 노조는
계속 딴소리만 한다.

대형사업장일수록 "인화책"이 먹혀들지 않는다"(현대중공업 이무희이사)는등
의 얘기도 노무관리임원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불만들이다.

임.단협 협상을 앞두고 협상안을 대외비로 하는 것도 상호불신때문이다.

대우중공업의 박상묵이사는 "협상안이 대외비로 될경우 노사간 이해와
공유의식의 부족으로 결국 협상이 지연되는 부작용을 낳고있다"고
말한다.

노사간의 불신은 나아가 불필요한 힘의 낭비로 이어진다.

"주차장설치등 비교적 논의가 쉬운 사안인데도 회사측이 일단 거절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문에 노조가 시설설치등의 사업을 추진하려면 적법여부를
관계기관에 사전문의해야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H사 노조
J정책실장의 하소연은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제로 이회사의 노조는 지난해 58개의 사업을 수행하면서 노동부등
관계기관에 수백장의 문의공문을 발송해야만 했다.

광운대의 윤성천교수는 "무엇보다도 거짓말을 하지말고 약속은 철저히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용자와 근로자들이 서로 인간적으로
교류하며 협력에 따른 성과를 같이 나눌수있는 보장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신뢰구축의 선결요건으로 제시했다.

"우리 회사같은 경우 오토바이를 타고다니는 조합원들이 많아 교통사고
등이 적지않다.한밤중에라도 달려나가 사건을 해결해주면 "형님"으로
부르며 따른다.나중에 협상장에서 만나도 대화가 잘되고 서로 믿게된다.
왜곡된 인간관계를 바로잡는 것이 불신을 없애는 지름길이다"(대림자동차
조병렬차장)

결국 노사관계도 사람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작은 일에서부터 믿음을 쌓아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