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강타한 대홍수는 일본이 지진에 이어 또하나의 커다란 재앙이었다.

그러나 이번 홍수를 둘러싸고 유럽인접국들간의 감정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독일이 라인강변을 무책임하게 개발하여 강물의 흐름이
변화되어 홍수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벨기에 프랑스등도 상류지역인 독일의 잘못으로 유속에 변화가
생겨 피해가 늘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인의 시각에서 보면 일리있는 얘기라고 할수있다.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무리한 개발사업이나 건설공사가 생태계파괴는
물론 대홍수나 산사태를 자초하였던 예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회사는 파키스탄에서 3백40km의 고속도로공사를 설계와 시공을
포함하여 턴키로 시행하고 있다.

이 공사에서 가장 난공사는 농수로를 훼손시키지 않는 일이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펀잡지역은 농수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세계 4대문명의 하나인 인더스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한 파키스탄은
메인수로의 총길이가 1만7천km나 되며 중.소규모의 농수로까지 포함하면
2만2천 나 된다.

이 수로는 콘크리트가 아닌 진흙제방으로 건설되어 있으나 제방이
무너진적이 없다.

이는 유속이 일정하여 세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형에 따라 수로바닥을 경사지게 하거나 수문을 만들어 낙차를
조절하는등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도록 만들어졌다.

이 수로가 세계적인 걸작품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것은 바로 자연의
섭리에 가깝게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과학적이면서도 자연의 이치를 최대로 활용한 관계자들의 지혜가
놀랍다.

1850년경에 만들어진 이 수로는 1백45년이나 되었는데도 건설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오늘도 유유히 흐르면서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SOC사업의 활발한 추진과 함께 대규모건설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대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무리한 사업추진은 없을까.

정부 설계자 시공자등 건설관계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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