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경직된 노사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노사간의 조건없는 만남과
대화가 중요함을 본란은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우리가 오늘 오후 상의클럽에서 열리는 경제5단체와 노총및 산별노조대표자
간담회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교착된 노사관계에 대화와
교섭의 실마리가 이 모임을 통해 찾아질수 있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비록 간담회형식이긴 하나 오늘의 모임은 노총이 경총과의 단일임금안
협상거부를 선언한 이후 노사대표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올해 노사관계의 향방을 가늠해볼수 있는 모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쏟지 않을수 없다.

지난해 11월17일 노총이 "중앙단위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경총은 여러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노총의 "집안사정"으로
인해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박종근 노총위원장이 조건부 협상복귀용의를 밝히기도
했으나 산하 조직으로부터의 거센 항의에 부딪쳐 오히려 사태가
악화된 상황이다.

올해 우리경제는 뭐니뭐니 해도 노사관계가 그 고삐를 쥐고 있다고
할수 있다.

본사가 "노사 새 지평을 열자"라는 구호아래 노사협력 캠페인을
금년 내내 펼치기로 한것도 노사관계의 선진화 없이는 경제선진화를
이룩할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히 올해의 노사관계 앞에 도사리고 있는 "3대악재"에
주목하고자 한다.

노동계를 분열로 몰아가고 있는 제2노총의 출범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데다 6월의 4대 지방선거는 노사갈등을 사업장밖으로 끌어낼
위험이 있다.

여기에 경제호황에 따른 성과분배의 기대심리가 높아 임금안정화
추세가 무너질 공산이 크다.

이처럼 중요한 고비에서 범노사대표자 간담회가 어렵사리 열리게
된 것이다.

노사양측은 오늘의 모임에서 즉각적인 협상개시에 합의하지는 못한다
해도 협상재개의 분위기를 조성할수 있도록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노사협상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노총은 이달 중순께로 예정된 정기 대의원대회 전까지는 단일 임금협상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경총도 예년과 같이 3월말까지는 사회적합의를 타결한다는 각오로
끈질긴 협상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노사대화를 기다리다 지친 정부는 노.경총 합의대신 노.사.공익대표로
구성된 순수 민간단체인 국민경제사회협의회로 하여금 임금인상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카드를 뽑을 때는 아니다.

노사 당사자간의 협상에 의한 임금합의원칙은 가능한 한 지키는
것이 옳다.

노.사.정 모두 책임있는 자세로 임한다면 합의도출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