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2.7전당대회를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당헌개정을 통해 당기구를 개편하는 한편 새로운 강령과 기본정책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은 재추대되겠지만 공석중인 당대표는 물론 대부분의
당직자가 바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민자당의 움직임에 대해 국민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다.

기대 또한 그리 크지 못한게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세계화"를 앞세운 민자당의 이번 개편이 김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이끌 진용을 새로 짜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하하기도 한다.

또 오는 6월27일의 4대 지방선거, 내년4월의 총선, 97년의 대통령선거등
일련의 선거에 대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심지어는 야권의 움직임, 특히 야당의 막후실세를 의식한 선제포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민자당이 세계화를 내세워 결과적으로는 김종필 전대표위원을
물러나게 한것 밖에 더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는 야당의 막후 실세를
연장선상에 놓아야만 해석이 가능한 일"이라고 단정한다.

어쨌든 민자당은 개혁이라는 길고도 험한 여로의 첫발을 내딛으려고
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물갈이를 시도하면서 개혁의 길로 나선다면 이러한 변화자체가
국정, 나아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봐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적인 지지와 기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해답은 우리의 50년 정당사속에 들어 있다.

지난 50년동안 수없이 명멸했던 정당중에서 변화와 개혁을 슬로건으로
내세우지 않은 당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슬로건은 모두 유권자의 관심끌기, 즉 선거때마다 득표를
위한 1회용에 그치고 말았다.

정당자체도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결사체가 아니었다.

"보스를 중심으로 패거리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과거부터의 지적이 오늘
까지도 유효한 실정이다.

민자당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번 개혁의 수순이 당총재인 대통령의 방향
제시가 있고난 뒤에야 모든 것을 이에 짜맞추는 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자생력이 없는 정당, 이에 속한 정치인들,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해 왔다.

이해관계 앞에서는 동지도 적도 없는 이전투구를 벌여왔다.

최근들어서는 지역중심의 정당형성이 보편화될 기미를 보임으로써 정당
정치발전을 희구하는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당이 국민의 지지와 관심을 바탕으로 커나가지 못할때 진정한
대의민주주의 실현은 요원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의미에서 새출발의 각오를 다지는 민자당에 대해 무엇보다도 앞서
당내 민주주의를 실천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정당이 출현하면서부터 꼬리처럼 붙어다닌 말중의 하나가 당내민주화일
것이다.

당내민주화야말로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당이 해결해야할 최대과제라는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보스중심의 붕당과도 같은 전근대적인 정당운영이 계속되는한
정당의 민주화는 요원하다.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회의원이나 소속당원들이 당론을
거스를수 없다는데 있다.

당론에 이의를 제기하면 공천을 받기 어렵고 공천을 못받으면 당선이
어려운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당위원장은 그 지역의 당원들에 의해 선출되도록 해야 한다.

민자당은 차기 지구당대회시점인 97년 3~4월부터 지구당위원장 경선을
실시키로 하고 그때까지는 공정한 경선실시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민자당이 당내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이를 과감히 앞당기는
방안도 마련할수 있을 것이다.

의원총회에서 선출토록 되어있는 원내 총무의 경우도 완전한 경선을 위해
"총재의 후보자복수추천"방식을 배제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의 민주역량"만을 치켜세울것이 아니라 민자당 스스로 잠재되어
있는 민주화능력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는 나머지 민주화를 위한 제도와 방식을 도입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뒤질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