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DT(정보주문형 비디오)냐 아니면 케이블TV냐"

차세대 안방극장의 주인자리를 놓고 VOD와 케이블TV의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맥"으로 불리며 미래 최대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멀티미디어영상
서비스분야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일고 있는 것.

VOD나 케이블TV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전부가 아니면 전무의
양상으로 싸움은 전개되고 있다.

그이유는 간단하다.

초기에 기선을 잡기 위해서다.

그렇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소멸하게 될 수밖에 없다.

첨단 기술을 기초로 하는 멀티미디어분야에서는 기술적 발전이 자양분이다.

VOD와 케이블 TV는 무한한 기술적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는 기술적 발전이 빠르겠지만 초창기부터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기술개발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양자의 싸움이 본격적인 상업화 이전부터 피차양보할 수 없는 사활게임으로
전개되는 것도 기술개발의 방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명실상부하게
"금맥"을 캐는 광부가 되기 위해서다.

올해 초 케이블 TV업계는 진군 나팔을 불며 차세대 안방극장 이라는 고지를
향해 행군을 시작했다.

전국 52개 방송사업자중 31개 사업자가 일제히 시험방송을 개시하고 기세를
올린 것.

케이블 TV의 가장 큰 무기는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익숙하다는 점이다.

낮선 PC나 아직은 개념조차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VOD와는 달리 TV는
이용자들에게 이미 친숙해져 있는 존재다.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컴맹"을 양산하고 컴퓨터를 모르면 웬지 주눅이
드는 시대지만 TV에게서는 이런 수모를 당할 이유가 없다.

수신장치만 설치하면 공중파 방송을 보듯 TV를 켜기만해도 시청할 수
있어서다.

케이블TV는 홈쇼핑 바둑등 각 방송사업자들마다 프로그램이 특화돼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이용자들의 선택권이 그 만큼 넓다는 뜻이다.

또 전문 프로그램업자들이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해 전문성이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용자들로 하여금 보다 전문화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지역 케이블 TV가 생길 경우 특정 지역에서 생활하기 위한 정보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기본적인 경비도 싸게 먹힐 것으로 예상된다.

무료방송만을 시청할 경우 월 1만6천5백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물론 유료방송을 시청할 경우에는 따로 비용을 내야 한다.

이에 맞서는 VDT의 힘은 결코 만만치 않다.

VDT의 강점은 막대한 양의 정보 공급능력과 공간을 초월하는 기동성.

아직은 걸음마 상태지만 본격 상용화돼 가정에 파고들 경우 그 위력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예를 들어 미국 국회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한국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리얼타임(Real Time)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영화는 물론 방송도 원하는프로그램을 선택해 아무 때나 시청할 수 있으며
녹화도 가능하다.

외국의어떤 신문이라도 읽을 수 있고 복사도 할 수 있다.

미국 휴렛 팩커드사나 마이크로 소프트사등 컴퓨터 전문업체들이 VDT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결같이 혈안이 돼 있는 것도 이같은 잠재적 힘을 믿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분야에 눈을 떠 최근 적극적인 사업진출과 기술개발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가장 먼저 국내 VDT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현대전자.

이회사는 한국통신이 지난해말 서울 반포지역 1백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서비스에 VDT용 수신기인 세트 탑 박스를 공급했다.

삼성전자도 연내 실시될 시범서비스에 관련 장비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두회사는 물론 서비스 준비도 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에 모두 진출, 종합 VDT업체가 되겠다는 생각
이다.

LG전자는 미국 오라클사와 제휴를 맺고 VDT용 수신장비인 세트 탑 박스를
공급,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VDT가 상용화될 미국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 국내
시장에 들어오겠다는 전략에서다.

대우전자가 영상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VDT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다.

VDT와 케이블 TV는 물론 약점을 갖고 있다.

VDT의 가장 큰 단점은 광통신망등 간접시설이 필요하다는 것.

광통신망을 각가정에 까지 구축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또 기술적으로 아직 검증돼지 못한 실험적인 단계의서비스가 많다는 것.

예를 들어 동화상을 공중파나 케이블TV 처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동화상전송기술이 개발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직 실증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로 볼 때 머지않아 이들 시설이 완비될
전망이고 보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존재임에 틀림없다.

국내에서 실시되는 케이블 TV의 약점은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것.

현재의 기술추세가 디지털화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
쌍방향 케이블 TV시청이 어렵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

VDT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주문해 공급받는 것과는 달리 많은 채널이
있다고 해도 이용자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정보를 공급받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이동통신이 추진하고 있는 무선 케이블TV 방송사업이 그 예다.

무선 케이블 TV도 아날로그방식이어서 쌍방향은 불가능하지만 포터블
TV를 이용할 경우 언제 어디서나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VDT가 갖지 못한 장점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케이블TV와 VDT의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멀티미디어서비스의 기본 기술인 통신과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자칫하면 기술적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기술개발 방향이 다른 쪽으로 치우쳐 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은 누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이용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여 기술 개발 방향을 선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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