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무공 지역조사부장>

고질적인 외채난과 악성 인플레로 대변되어 오던 중남미경제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하다고 믿어 왔던 멕시코 경제가 최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1일 페소화의 대미달러 환율자유화 조치이후 야기된 환율
폭등,이로 인한 물가앙등,금리안정기조의 붕괴,핫머니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해외유출 사태,치아파스 사태의 악화및 수도 멕시코시에서
데모사태등 사회불안가중과 이탈리아 피아트사등 외국유명기업의 투자계획
취소사태라는 일련의 멕시코 상황은 그동안 중남미경제의 모범국으로서의
멕시코 위상을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배경은 지난 89년이래 성공적인 경제개혁정책수행과 미국과의
대등한 위치에서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출범을 엮어내 멕시코 경제재건
의 역사적 공로자라고까지 일컬어지던 살리나스 전대통령정부의 근본적인
실책과 현 세디요 정부의 안이한 정책결정과정에서 야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살리나스 정부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경제시책으로 하는 안정화정책과
국내산업의 자본및 기술부족을 최단시일내 극복하고 NAFTA체제에 효과
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외국인 투자유치정책과 이를위한 경제개방화정책
에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경제성장측면에서는 지나친 안정정책 추구로 인해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잉태해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플레진정을 위한 긴축재정 금융통화정책은 90년도 이래
멕시코 경제의 성장곡선을 하향시켜왔으며 지나친 정책적인 환율조작은
페소화의 인위적인 과대평가를 야기하여 수출부진과 함께 수입급증을
유발하여 90년도이래 매년 150억달러 내외의 무역적자를 누적시켜 왔다.

또 무역수지불균형과 함께 외채원리금 상환압박이 경상수지적자폭을
확대시켜 94년중 적자폭이 280억달러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멕시코정부는 그동안 수지불균형 문제를 증시등에 반입되어 오는
핫머니및 단기성 차입자금 등으로 상당부분 보전하여 왔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의 환율 폭등사태로 이러한 저변에 내재되어
왔던 문제점들이 일거에 표면화된 것이라 할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1일에 출범한 현 멕시코의 신정부는 전 살리나스
정부의 지나친 안정화 일변도 경제정책을 보완하여 성장 촉진정책이
가미된 방향으로 궤도 수정을 시도하였으나 이미 미국의 금리상승에
따른 외국 투기성 자금의 이탈 확대,치아파스 농민폭동및 대통령 선거
기간중 여당후보 암살사건등에 의한 정치적 불안,수지적자 확대및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현상 등에 의한 외환사정 악화 등으로 이미
그 시기를 상실했던 것이다.

멕시코정부는 주변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자 지난
12월21일 더이상의 인위적인 환율조작 정책포기와 함께 환율자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그런데 페소화는 예상외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까지 절하되어
82년도에 있었던 페소화 폭락사태와 유사한 경제위기 상황을 맞게된
것이다.

문제는 중남미의 모범 경제운용국이었던 멕시코의 현 상황이 진정되려면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데 있다.

또 세디요 대통령 정부의 고통분담을 위한 노.사.정간 합의대책의 실행,
치아파스 사태의 신속 해결,과감한 성장주도정책및 이를 통한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도 회복노력등이 신속하게 취해져야만 그나마 해결의
가닥을 잡아나갈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멕시코경제위기가 잠시 안정국면을 보이고는 있지만 다시
악화될 경우 90년대들어 멕시코를 표준모델로 설정하고 경제정책을
운용해온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여타 중남미제국의 증시 외환시장등
경제운용 전반에 걸쳐 일대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또 이제 막 정착되기 시작하고 있는 중남미 경제에 대한 전세계,특히
중남미 경제의 재건에 기여해 온 국제금융기구들의 궁극적인 신뢰도에
흠집을 내게되고 이것이 결국 타중남미제국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또 사태의 추이에 따라서는 애써 출범시켜 놓은 NAFTA체제에까지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및 유럽 채권국,IMF 등이 연대하여 180억달러 상당의
페소화 가치안정을 위한 긴급자금지원에 서둘러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현 멕시코 사태는 최근 수년동안 괄목할만한 증가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대멕시코 수출및 투자진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기화될 경우 10억달러 규모의 대멕시코 수출은 큰 타격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환율불안은 직접적으로 멕시코 소비자들의 구매력및 구매의욕 상실을
야기하여 지난해 연말용 수입상품조차 재고로 쌓이고 있다.

크고 작게는 D/A,D/P및 유전스 거래등 외상거래로 상품을 공급한 일부
업체들은 대금회수가 어려워지고 있고 특히 종합상사의 현지법인체들이
막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 투자업체들에는 당장은 페소화의 절하로 인건비등 비용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나 장기화될 경우 멕시코 국내수요를 표적
으로 진출한 투자기업들은 모든 요소비용이 신환율체계로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현지 소비자의 구매력 감소및 이에따른 가격인상 제약요인
등으로 경영여건의 악화가 문제시되고 있다.

반면에 대미 수출용 임가공 업체들에는 멕시코산 원.부자재 사용
비중에 따라 다소의 가격경쟁력 향상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은 멕시코 사태가 멕시코에
국한되지 않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멕시코를 경제개발 모델로 유사한
취약점을 안고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여타 중남미 제국에까지 파급
되면 중남미 전체의 시장수요가 불안해질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60억달러대 수출시장으로 가꾸어온 대중남미 수출기반이
흔들릴 것이 심히 우려되고 있다.

현 멕시코 사태에 대해 미국측에서는 NAFTA의 향방에 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인지 현재의 멕시코 사태가 82년도에 있었던 환율폭락사태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하면서 환율이 적정수준에서 안정될 경우
멕시코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도 이에 적응하면서 회복되어 나갈 것으로
보는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결코 앞날을 낙관할수 없다.

대멕시코 수출업체및 투자진출업체들은 사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민.관및 유관기관간의 긴밀한 협조하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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