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김종필대표의 결별의사가 굳어지는 가운데 16일 민주당의
이기택대표는 탈당과 함께 신당창설을 선언했다.

양당 모두 궁극의 쟁점은 포스트 YS에 연결된 것이어서 누가 불을
끄러 나선다 해도 진화의 적기는 이미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또 막상 정치인이나 정당이 집권의 야망을 품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연초 정가의 마찰음이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거나 진폭이
크다고 우려하고 만류해 봤자 문제는 점점 더 꼬일 따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바엔 오히려 막힌 물이 새 수로를 파며 흘러 가듯이 내버려
두거나 나아가게 유도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왜냐하면 이런 들뜬 분위기의 불확실 사태가 오래 끌면 끌수록 경제와
사회에 주는 부작용의 골은 깊어져 결국 생산성과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이외에 별 소득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야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의 핵심은 2년후로 다가오는 대선 주자간의
양보없는 경합과 그 추종자들의 줄서기에서 오는 혼선으로 집약될수 있다.

설령 한 정당안에 2인 이상의 대선주자가 있다 해서 나쁘다 할 이유는
없다.

당내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후보를 단일화할 관행과 능력만 쌓아왔다면
하등 문제될게 없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현실은 정부가 최근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단 5점을 받을 정도로 한심한 지경이다.

비록 경선을 했다 해도 후유증 필지의 매수.협박.폭력등 3류적 악습에서
한발짝도 탈피하지 못해,대선을 앞두고 "헤쳐 모여"식 당개편을 하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다.

그 전철을 이번에 또 밟으러 할 따름이다.

이러한 한국정치 결함의 근본원인 하나는 정치인이 자기를 인식함에
있어 착각의 연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있는것 같다.

더러 자기과신을 할수 있는 것이 인간이지만 한 두번 착각하다가
체념할줄 알아야 자타가 받는 피해가 줄어든다.

또 하나는 수천년 뿌리의 지역감정이다.

그것도 엷어지기 커녕 짙어가는데 문제가 크다.

"같은 값이면 동향이 좋다"쯤은 상정이다.

결단코 불가라는 식의 일부 지역간 배타의식은 조속히 청산돼야 한다.

그런 뜻에서 폭넓은 대안을 생각할 때다.

아무튼 정계개편은 예상보다 빨리 닥쳤고 이젠 피할수 없어졌다.

개편의 가닥과 내용이 빨리 드러나야 정치.사회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