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대학정원 규제에 관한 시행령도 철폐되어야
한다.

무절제하게 마구잡이로 정원을 늘릴 대학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대학은 성숙되어 있다.

해당 학생 스스로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고 학내문제로 부정입시문제가
정화될 것이 자명한 데도 불구하고 대학정원을 비겁한 방식으로
늘리려는 대학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학정원 철폐의 두번째 이유는 대학정원이 재수생을 억지로 만들어 놓고
학부모에게는 과외비라는 사교육비를 출혈케 만들고 국가적으로는 유능
인력을 무능인력으로 낭비하게 만들어 놓는 비생산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합법화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입학정원령이기 때문에 대학정원령은
재고되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풀지 않은 채 단순히 객관식 시험을 주관식으로
바꾸라한다든가,입학시험 출제에 고등학교를 참여시키게 하란다든가,
복수지원을 허용케 하란다든가,입학후의 대학교육을 강화하라고 하는
식의 처방은 입시제도 개선에 관한 습관적인 조령모개식 기교일 뿐이다.

이런 처방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푸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 이미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 변천사에서 잘 증명되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또 하나의 대담한
변화는 바로 대학과 산업현장간의 협동의 활성화이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 우리의 대학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
하려는 그 의지를 포기해야한다.

그 의지는 대학교수의 연구정신으로부터 솟아나와야 한다.

연구하는 교수에게는 그에 합당한 연구의 지원과 혜택을 누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연구하지 않는 대학교수에 대한 지적 못지않게 그들에게 연구할 수
없게 만드는 조건을 먼저 지적해야 하고 그것을 과감히 벗어나게
해야 한다.

산학협동의 필요성은 말로 되풀이해야 되는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기술과 경제를 살리는 현실적인 조건이기에 산학협동은 현실화되어야
한다.

일례로 한국에 가장 합당한 반도체 육성을 위해서는 산업현장이 28%,
정부가 11%,대학이 26% 그리고 대학 산업체 정부가 공동으로 35%정도를
협동해야만 한다는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산학협동이 산업발전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수 있다.

물론 이것은 대학원 교육이 강화되고 대학교수의 연구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요구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대학교수의 연구를 활성화시켜줄
연구재원이 정부와 산업체로부터 확보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대학은 세계적인 감각을 갖는 산학협동 정책에 의해서 발전
해왔다는 점은 선진대학의 경험으로부터 자명하게 나타난다.

세계적인 대학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산학협동을 위한 연구비 보조액수
뿐만 아니라 산학협동 정책도 새로워야 한다.

기업과 대학간의 학문적 연계와 실천을 현장화시키는 인턴제도나
수습사원제도,혹은 교수들의 발명품을 자동적으로 인정하는 특허권
인정제도 같은 것을 과감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전자산업의 최전선 기지인 실리콘 밸리는 대학과 산업체
간의 협동이 좀 더 활성화되도록 연구성과에 대한 교수 특허권 부여,
대학부지내에 산업기술연구소 설치,대학의 첨단 산업체 주식 보유등을
허용해서 큰 성과를 얻은바 있고 이로부터 엄청난 하이텍 산업의 발전을
도모한 바 있다.

이런 점도 우리 고등교육의 산학협동을 위해 타산지석이 되어야 한다.

산학협동을 현실화하자는 주장은 대학연구 능력을 세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더 필요하다.

연구하는 대학,연구하는 대학교수 밑에서 학생이 무엇을 배웠겠는가.

그것은 연구하는 정신,노력하는 정신으로 집약될 것이다.

연구하는 정신,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능한 인력은 한점의 손실도
없이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현실은 우울하다.

왜냐하면 지난 10년간 고작해서 대하졸업생의 50~60%만이,그것도 자기
전공과 성관도 없는 직업에서 전공지식이나 기술을 사장한채 한낱
직장인으로서 종사할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적 비판
중에서도 대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문제제기,대학의 전문성과 권위에
대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학
발전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이를 뒷받침해 줄수 있는 몇가지 과감한
고등교육정책이 뒤따라 주어야 한다.

이미 지적한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선과 산학협동의 활성화가
우리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다.

이와 더블어 달라져야 할 몇가지를 더 부여한다면 첫째로 대학 특히
학부 교육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건강한 대학을 키우는 일과 대학원 교육을 강화하는 일은 별개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 학부 교육과정을 다변화 시키는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

둘째로 대학경영의 전문화와 합리적인 대학경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내에서 대학교직원 모두를 위한 학내 연수가 체계화
되어 부단히 대학경영의 전문화를 위한 사회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동시에 대학총장의 합리적인 대학경영 철학과 전문적 지식,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지도력이 요규된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재정기반이 튼튼하게 확립되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 재원의 낭비를 막고 경영의 합리화를
도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사립대학도 국공립대학과 같은 세제의 혜택을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 비영리단체와 같이 취급하지 않고 학교재단은 특별 비영리단체로
하여 국공립대학과 같이 모든 것을 처리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의 대학교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성과 세계적인 감각을 담고 있는
대학교육 지원정책이 추구되어야 한다.

이 더블어 대학의 구성원은 스스로 평가를 받으며 세계 인 수준의 대학을
위하여 땀을 흘리며 서로 봉사하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