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규모의 중소기업협동조합은 현재 1백53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수십명의 직원과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는 조합이
있는가 하면 불과 1억원안팎의 적은 예산과 2~3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조합도 있다.

이들 미니조합들 가운데 몇몇은 비록 규모는 작아도 야무지게 사업을
벌이고 있어 타조합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조합으로는 낙화생 라이타 탄산 제빵조합을 들수 있다.

낙화생조합은 땅콩 호두 아몬드 피스타치오등 견과류 가공업체들의 모임
이다.

견과류로 술안주를 만들거나 과자원료로 사용할수 있도록 부스러뜨려
제과업체에 납품하기도 한다.

낙화생조합을 이끄는 정양근이사장(48)은 지난 20년동안 땅콩가공업체인
성흥농산을 경영하고 있는 중견기업인이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오징어땅콩을 만들어 과자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60여개에 이르는 조합원사들의 최대관심사는 어떻게 원료를 원활히 확보
하느냐는 것이다.

연간 땅콩사용량은 3만t에 이르는데 국내 생산량은 이의 절반인 1만5천t에
불과하다.

정이사장은 원료공동구매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90년 조합창설을 주도한뒤 2대째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제주도나
원주등지의 땅콩을 공동구매하는 한편 지난 91년 2천5백t의 북한산 땅콩을
들여다 나눠 주기도 했다.

또 내년엔 5천t의 땅콩을 반입할 계획이다.

탄산조합은 이산화탄소가공업체들의 모임이다.

이산화탄소로 액체탄산을 만들어 사이다 콜라업체에 공급하기도 하고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해 빙과업체에 납품한다.

탄산조합의 김진왕사장(41)은 중소업계의 주목받는 이사장중의 하나이다.

한양대를 나온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석사를 취득하고 87년 부친이
경영하던 대덕공업의 사장에 취임한 그는 조합이사장중 가장 나이가
어리면서도 업계발전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가 중점 추진하는 것은 업계의 단합과 공동판매이다.

약 30개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공업체들은 원료를 대기업으로부터 조달하고
판매도 대기업에게 한다.

원료메이커인 석유화학업체들과 판매업체인 음료업체들의 사이에 끼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이사장은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자제토록 힘쓰는 한편 업계공동으로
담배인삼공사에 이산화탄소를 납품할수 있도록 추진중이다.

라이타조합은 일회용, 충전등의 각종 라이타를 만드는 업체들의 조합이다.

성냥에서 라이타문화로 바뀐뒤 국내 라이타 업체들은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지난 90년 국내 라이타수출은 9천만달러에 달해 피크를 이루기도 했다.

이상근이사장(61)은 일본 메이지대와 와세다대 대학원을 나온뒤 신발업체
에서 근무하다 74년 불티나로 유명한 일회용라이터업체인 삼지실업을 창업,
20년째 라이터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는 중국등 후발개도국의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라이터수출을 회복
시키기 위해 뛰고 있다.

조합원들과 공동으로 모스크바와 상파울로에 조합의 현지사무소나 업체
공동출자의 법인설립을 추진중이다.

제빵조합은 단팥빵 떡 건빵등을 만드는 업체들의 단체이다.

주로 군에 납품하고 있다.

정현도이사장(59)은 군납축소움직임에 반대, 업체와 공동으로 이의 저지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군납이 줄어들면 전방의 산간오지에 위치한 제빵업체들의 연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지금이 최대 위기라고 단정, 불철주야 뛰고 있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