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한은은 작년에 통화관리에 관한한 "쓴잔"을 마셨다는
말씀이군요.

<> 김총재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경기상승기조를 연장시키며 안착
(soft landing)을 유도한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릅니다. 경기확장국면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라도 물가
상승률을 낮춰야 하고 그러려면 통화관리도 타이트해야 합니다.

전체 경제정책 테두리 안에서 쉽게 수용되지는 않더라도 하여간 "진인사"할
각오입니다.

-"금리는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나타낸다"고 한 것은 벰 베르크의
말이었지요. 그런점에서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이라 할법도 한데요. 올해
금리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요.

<> 김총재 =금리는 낮을수록 좋지요. 특히 실질금리가 낮아야 합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율을 뺀 것이니 금리를 낮추려면 결국 물가
안정부터 이뤄야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들어 원화절상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지속되리라는게 지배적인 전망인데요.

<> 김총재 =환율은 실물경제수준을 정확히 반영하는게 좋지요. 필요이상의
고평가나, 아니면 저평가 둘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환율상승)당장은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는 이점이
있지만 기업들은 "이지 고잉(easy going)"하려 들겁니다.

-그렇다면 올해 환율은 어느선까지 내려갈까요.

<> 김총재 =그거야 시장이 결정하는것 아닙니까.

-역시 우문이었군요. 외환거래가 점점 자유화되면서 실물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외화가 밀물썰물처럼 드나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크게 저해되지 않겠습니까.

<> 김총재 =그래서 유입되는 자금의 기간과 특성에 따라 다각적인 정책적
대응을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단기자금이 들어오면 장기자금을 내보내고 반대의 경우엔 단기자금
을 내보내는 식으로요.

그래도 안되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와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 잔액을
조절해야할 겁니다.

-일부에서는 외화유입대책으로 해외투자등 외화유출책을 썼는데 유입된
외화가 일시에 빠져나가면 국내금리가 급등하고 그걸 막기위해 통화를
늘리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도..

<> 김총재 =그래서 외화유입속도에 따라 통화공급을 조절하는등의 기능을
하는 중앙은행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올해는 말그대로 "세계화"가 사회전체를 뒤덮을 전망입니다. 세계화와
함께 "강화도조약"이래 최대라는 개방화에 대응하고 있는 우리 은행들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 김총재 =최근 1,2년간 은행들의 노력은 한마디로 눈부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세계화수준에 워낙 뒤처져 있었던 탓에 일부 식자들의 불안감을
쉽게 씻어내지는 못했죠.

은행들의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통화당국도 이젠 규제와 간여를 줄이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금융의 국제화 세계화 개방화에 관한한 시중은행보다 한국은행은
역시..

<> 김총재 =원래 중앙은행이 더 보수적인 법입니다. 총재취임이후 처음
주장한게 조직의 효율화 국제화 투명성 제고였지요.

조직이 커서 처음엔 움직이기 어렵겠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빠르게 변할
겁니다.

올해가 바로 가속적으로 변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올해는 금융기관의 합병.대형화에 대한 논란도 일어나겠지요. 어쩌면
신설은행이나 제2금융권들의 합종연형이나 이합집산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만.

<> 김총재 =두고봐야지요. 외국에선 국제화에 대처하기 위해 일단 대형화가
좋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형화되면 조직이 관료조직처럼 딱딱한 경구조가 됩니다. 그때그때
대응하는 연구조의 특징을 갖지 못하지요.

그래서 모든 은행이 대형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특성을 살려 비교우위를
갖춘 부문에 전문화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래를 투시하는 능력으로 구조대형화와 전문화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죠.

금융산업전체로 보면 대형은행과 중소전업은행이 공존하면서 분업의 이점을
살려나가는 것이 효율성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요.

-다른 기관장도 그렇겠지만 금융기관의 장은 특히 주어진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새정부들어 은행장이 거의 대부분 임기와 관계
없이 중도하차했습니다. 은행장들의 임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 김총재 =은행장이 임기중 그만두는 것은 소망스럽지 않다고 봅니다.
지난해에는 금융기관이 자율화 개방화되는 과도기여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또 그래야만 하고요.

-작년 연말 한은에서 내놓은 "세계속의 한국경제"라는 보고서를 보면 우리
경제수준이 세계 15위권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기차 하나 마음놓고 타고 다닐수 없다고들 합니다.
우리 경제도 앞으로 "질경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를위한 중앙은행
의 역할을 든다면.

<> 김총재 =역시 물가안정이지요. 논어 계씨편에 "균무빈 안무경"이란
말이 있습니다.

고르면 가난함이 없고 안정되면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물가안정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국민생활수준이 중진국을 벗어나 복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때는 물가
안정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보다 더 중요한게 없다고 봅니다.

< 정리=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