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기 < 경북대 교수 > ]]]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일본에서 대체로 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되고 한국에서는 80년대말부터 추구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는 70년대이래 확립된 "도요타 생산방식"에 따라 기능적 유연성이
추구되고 1979년 제2차 오일쇼크 이후 기업의 감량경영 과정에서 종래의
종신고용제도와 연공임금제도가 보다 유연한 방향으로 재편성되면서 임금
유연성과 수량적 유연성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은 지난 87년 노동자 대투쟁이후 노동자들의
단체교섭력이 증대함에 따라 형성된 임금및 고용의 경직성을 89년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완화하려는 고용주들의 유연성 추구 전략에 따라 90년대에
들어 주로 수량적 유연성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기능적 유연성 임금유연성 수량적
유연성이란 세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동일성과 차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일본에서는 다기능화가 핵심인 기능적 유연성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보편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기능적 유연성은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테일러-포드주의적 노동과정이 부분적으로 극복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테일러-포드주의적 노동과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특히
부분적으로 다기능화가 추진되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장기근속현상이 나타나고 내부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다기능화는 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원인은 일본에서는 기업특수적 기술이 존재하고
기업특수적 숙련을 형성하는 체계적 현장훈련이 실시되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점, 기업의 교육훈련투자가 부족하고
다기능공을 배출하는 정부의 교육제도와 직업훈련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을 들수 있다.

둘째 일본에서는 임금 유연성을 실현하기 위해 직능자격제도를 도입,
연공임금을 수정 보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연공임금을 직능자격제도 도입을 통해 재편성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험단계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모두 그 나름의 합리성을 갖는 연공임금이 굳건히
존속하고 있어 임금 유연성 실현은 그만큼 어렵고 앞으로도 그리 쉽게
실현되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셋째 고용구조의 유연화와 하청관계를 통한 수량적 유연성 추구도 한국과
일본에서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하청관계를 통한 수량적 유연성추구가 중심이 되어 있고
점차 파트타임 노동과 파견노동의 고용을 통한 수량적 유연성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고용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있는 종신고용제도를 약화시키기 위해
파트타임 파견등을 통해 노동자를 유동화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수량적 유연성 추구에 따라 대기업 정규노동자 중심의
핵심노동자층과 대기업 비정규노동자와 중소기업노동자 중심의 주변노동자층
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노동단계의 이질적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지난 87년이후 일본의 수량적 유연성 추구전략에 따라 일본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의 전체 측면에서 보았을때 일본은 기능적 유연성과
수량적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상태이고 한국은 아직 기능적
유연성없이 수량적 유연성을 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일본사회는 노동시장의 양극구조화에 따라 "이중사회"로 되어
있지만 한국사회는 아직 이중사회가 고착화되었다고 할수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87년이후 양극화현상이 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사회
로 나아갈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