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오를 때마다 느낌이 다른 대상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계절에 따라
그 정취가 색다르다.

특히 전날 통음이라도 한 뒤 등산하면서 흘리는 땀에서 삶의 고락을
맡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산을 한솥밭을 먹는 직장식구와 함께 오른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 현대자동차 산악회엔 언제나 산을 마누라보다,애인보다
더 좋아하고 동료를 사랑하는 산친구들이 모인다.

요즘은 부인이나 애인도 함께 따라오지만.물론 산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걸음 도전하는 자세가 몸에 배있어맡은 일도 잘한다.

우리 산악반은 지난 71년 울산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로 구성된
서클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직원 수가 3만여명으로 우리나라에서 최대 인원
이듯이 현재 2백30명인 우리 서클 인원도 아마 국내 단일직장 산악반
중에서 최대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많다고 해서 결코 산행할 때 서먹서먹하거나 조직력이
없지는 않다.

그건 매월 한 번 갖는 정기산행과 함께 동.하계 휴가철을 이용한특별훈련,
레크레이션 강습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우리 산악반원은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산악반 산행의 하일라이트는 반원들의 생일잔치.아무리 생일이
오래 지나갔어도 산 정상에서 케익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곡을 합창하는
장면은 우리 모두에게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워주는 의식이다.

그래서 우리 산행에는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이분들이 아버지 부인등
가족과 애인들도 자유롭게 참여한다.

또 서클내에서 남녀 직원들이 산에 오르면서 밀어주고 끌어주다 마음이
맞아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도 자주 탄생하기도 한다.

지난 4월엔 회사에서 국내최초로 사내에 현산암이라는 인공암벽까지
만들어져 인공암벽훈련을 하고 있다.

안나푸르나 백두산 요세미트등 해외원정을 하는산프로들에겐 최대의
선물이었고 풋내기 산악반원들도 요즘은 현산암에서 에베레스트를
향해 손힘을 기르느라 한창이다.

필자는 산악회 회장을 맡은 게 두번째다.

이번 임기는 10여년이 지났을 정도로 장기집권하고 있지만 회장이라고
해서 무슨 지휘관처럼 특별한 대우를받는 게 아니다.

산에 오르면 우리 산악반원은 모두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돌아오는 주말산행이 연애시절 데이트할 때 달력 쳐다보듯
설레임으로 기다려진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